Jul 15, 2015

우리말, 도긴개긴 2015-07-14

안녕하세요.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말 '긴'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로
긴이 닿다, 모와 윷을 놓으니 걸 긴이 되었다처럼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해서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뜻할 때
'도 긴 개 긴'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쓰면, 읽고 쓰기 불편하므로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에는 붙일 수 있도록 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도긴 개긴'으로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22일, 국립국어원이 한발 더 나가서 '도긴개긴'도 표제어로 올렸습니다.
'도 긴 개 긴', '도긴 개긴', '도긴개긴' 모두 바릅니다.

그러나
'도찐개찐'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잔불과 뒷불]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잔불'이 틀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잔불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이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났었죠?
그 불이 꺼진 뒤 '잔불'정리하는 중이라는 뉴스가 자주 들렸습니다.

여러분, 잔불을 타다남은 불쯤으로 알고 계시죠?

'잔불'은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화력이 약한 총알을 뜻합니다.
반대로 '된불'은
바로 급소를 맞히는 총알이라는 뜻입니다.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은 '뒷불'입니다.
일단 진화는 되었지만 뒷불을 조심해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뒷불이라는 멋진 우리말이 있고,
잔불은 활활 타는 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 쓰는 우리네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사전을 뒤져보십시오.
'잔불'에 뭐라고 풀이가 되어 있고, '뒷불'을 뭐라고 풀어놨는지...
이게 맞습니다.
이게 마땅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잔불'아래에
잔-불(殘-)을 살며시 넣어놓고
타고 남은 불과 꺼져 가는 불이라는 풀이를 달아 놨습니다.
제 기억에 2006년 이후에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사전은 말글살이의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겠죠.
그런 훌륭한 사전에서 '뒷불'이라는 좋을 말을 널리 퍼트리지는 못할망정
없던 잔-불(殘-)을 사전에 올려 그 낱말을 쓰라고 하는 건가요?

그래놓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걸 보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우리말을 살려서 쓰려고 힘써야지 굳이 한자말을 살릴 까닭은 없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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