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 2015

우리말, 면죄부(2) 2015-05-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5. 20.(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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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여전히 하늘이 참 맑네요. ^^*

오늘은
그제 보낸 편지에 있는 '면죄부'를 읽고 이ㅈㅎ 님이 보내주신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성 선생님,
보내주시는 우리말을 통해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전에 보낸 편지"를 보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면죄부인지 면벌부인지 그 단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요.

'면죄부'는 죄를 용서해 주는 종이 쪽지가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사법권은 그 나라의 고유한 권한입니다.
내가 한국에서 죄를 지었으면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지 일본 가서 재판 받겠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천주교에서 고해성사는 죄를 사해주는 성사로서 일종의 교회의 사법권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 이 사법권은 교구 안에서만 유효했습니다.(요즘엔 별로 개의치 않지만요)
그러니까 다른 교구의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볼 수 없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교회에 희사를 하면(건축 등으로 교회가 돈이 필요했겠죠) 그 특전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 가서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권한을 쪽지로 준 것이죠.
그러니까 죄를 없애주는 쪽지가 아니라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쪽지죠.
이것을 화란을 중심으로 한 개신교 사람들이 가톨릭을 음해할 목적으로 면죄부라 이름하여 퍼트렸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면죄부나 면벌부가 아니라 '고해성사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면죄부의 원어는 indulgentia로 이는 은사라는 뜻입니다.(영어로는 indulgence)

늘 좋은 내용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말 공부를 잘 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준희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하고하다와 허구하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여전히 일터에 나와서 일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에 식구 모두 마라톤하고 오후에는 다시 일터에 나오니까 딸내미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는 왜 일요일도 회사에 나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입니다.
왜 허구헌날 일만 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은 하고하다와 허구하다를 갈라볼게요.
'하고하다'는 토박이말로 '하고많다'와 같은 뜻으로 "많고 많다"는 뜻입니다.
하고많은 것 중에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 남편을 기다리며 이렇게 하고많은 나날을 독수공방으로 보내야 하다니처럼 씁니다.

'허구하다'는 許久하다는 한자말로 "날, 세월 따위가 매우 오래다."는 뜻입니다.
허구한 세월, 허구한 날 팔자 한탄만 한다, 허구한 날 술만 퍼마시고 다녔다처럼 씁니다.

이처럼 두 낱말의 쓰임새가 거의 같습니다.
허구하다의 한자 許久를 우리말로 바꾼 게 하고하다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 왜 내가 이 고생을 하는지 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그러나 내 딸이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 나를 골라서 찾아와 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 집니다.

허구한 날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도 웃으면서 삽시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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