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6, 2015

우리말, 잔불과 뒷불 2014-03-1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3. 16.(월요일)
안녕하세요.

이제 날씨가 꽤 풀렸죠?

요즘 산불이 자주 납니다.
작은 실수로 산불이 나면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산불이 나면 뉴스에서 늘 나오는 말이 '잔불 정리'라는 말입니다.

잔불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잔불'이라는 순우리말에는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화력이 약한 총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자를 쓴 '잔(殘)불'은 "타고 남은 불"과 "꺼져 가는 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에서 '잔불 정리'라고 하면
'타고 남은 불이나, 껴져 가는 불을 정리해서 다시 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말에 '뒷불'이라는 낱말이 있는데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뒷불'은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을 뜻합니다.
'일단 진화는 되었지만 뒷불을 조심해야 한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한자말보다는 우리말을 더 자주 살려 써야 합니다.

어떤 분은
한자로 써야 뜻이 분명하게 전달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동안 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런 겁니다.
한자투성이 교육을 했으니 한자로 써야 뜻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지금이라도 한자말을 갈음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다면, 그런 우리말을 교육해야 합니다.
그렇게 교육하다 보면 점차 한자를 밀어내고 깨끗한 우리말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말이 잘 통할 수 있다고 한자를 고집하면, 우리말은 끝내 없어지고 말겁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고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말을 바로 세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자치동갑과 어깨동갑]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의 답은 '옷깃차례'입니다.
이런 멋진 말은 일부러라도 쓸 일을 만들어서 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답을 보내주신 분께 오늘 오후에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즘 대학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죠?
저 대학 다닐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얼굴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도 있고, 휴학 마치고 복학하신 분도 있고...

그런 분들과의 첫 자리는 언제나 어색합니다.
서로 눈치 보며 나이를 가늠하느라 바쁘죠. 그러다 어느 정도 상대를 파악하면 술잔이 오가면서 말을 놓을 사람은 놓고 높일 사람은 높이고...
우리말에 '자치동갑'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자치는 차이가 얼마 안 된다는 뜻이고,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뜻이니
자치동갑은 얼마 차이가 안 나거나 비슷한 나이를 뜻할 겁니다.
사전에도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라 풀어놨습니다.

그렇게 보니 좀 이상하네요.
동갑은 나이가 같은 것인데,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 말이 되나? ^^*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로 '어깨동갑'도 있습니다.
어깨 높이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뜻을 담고 있을 겁니다.

'어깨'가 힘이나 폭력 따위를 일삼는 불량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보니
같은 시기에 불량배가 된 친구를 '어깨동갑'이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

저는
어깨동갑이건 자치동갑이건 생물학적인 나이 차이가 그리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알며,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슴아파할 줄 알고,
미안한 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알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크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을 우러러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자치동갑의 '자치'는 "한 자쯤 되는 물건"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얼마 안 되는 것이라는 뜻이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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