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3, 2014

우리말, 무등/목마/목말 2014-07-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7. 23.(수요일)
애들을 목 뒤에 올리는 것은
'무등'이나 '목마'가 아니라 '목말'이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식구와 떨어져 삽니다.
애들은 전주 집에 있고, 저는 회사가 아직 옮기지 않아서 8월 말까지 수원에 있어야 합니다.
덕분에(?) 날마다 찜질방에서 찜질 잘하고 있습니다. ^^*

조금 전에 애들과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애들은 벌써 일어나 마당에서 흙 놀이하고 있더군요. 전주는 비가 오지 않나 봅니다.

애들 어릴 때 무등을 자주 태워줬던 기억이 납니다.
애를 번쩍 들어 제 목 뒤로 애들 다리를 벌려 올리는 거죠.
저는 조금 힘들지만 애들은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애들 다리를 벌려 남의 어깨에 올리는 것을 '무등'이라고 하는데요.
실은 '무등'은 '목말'의 사투리입니다.
그리고 '목말'도 '목마'라고 하면 틀립니다. '목마'는 트로이 목마에 나오는 나무로 깎아 만든 말입니다.

정리하면,
애들을 목 뒤에 올리는 것은
'무등'이나 '목마'가 아니라 '목말'이 바릅니다.

오늘따라 부쩍 지안이를 목말 태우고 싶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내디딘과 내듣은]

안녕하세요.

새 정부가 들어선지 딱 1주일이 지났네요.
장관 인사로 첫발을 내디딘 새 정부가 국정을 잘 추슬러 주길 빕니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범위 안에 처음 들어서다는 뜻의 낱말은 '내디디다'입니다.
준말이 '내딛다'입니다.
민주화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다, 사회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딜 예비 직장인들이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내 디디다를 쓰면 별로 헷갈리지 않는데,
준말인 내딛다를 쓰면 헷갈립니다.

첫발을 내딛은 정부, 첫발을 내디딘 정부...어떤 게 맞지?

맞춤법 규정을 좀 보죠.
규정 제16항에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율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모두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가 모두 표준어입니다.
내디디다/내딛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 규정의 맨 밑에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음이라고 써 놨습니다.
이에 따라 머물다의 머물, 서툴다의 서툴 뒤에는 '고, 다가, 며' 따위의 자음이 붙을 수는 있지만,
어라, 었 따위 모음으로 시작되는 뒷가지(어미)는 붙을 수 없습니다.
곧, '머물고, 머물다가, 머물며, 서툴고, 서툴다가, 서툴며'는 말이 되지만,
'머물어, 머물었다, 서툴어'는 쓸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내디디다도
내딛고, 내딛다가는 쓸 수 있지만,
내딛어, 내딛은, 내딛으면으로는 쓰지 않습니다.
원말인 '내디디다'의 활용형인 '내디딘'을 써야 맞습니다.

새 정부가 첫발을 내디딘 겁니다.

오늘은 좀 어려웠나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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