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 2013

우리말, 어안이 벙벙하다 2013-01-03

2013. 1. 3.(목요일)
어안이 혀 안쪽이라서 어안이 벙벙하면 말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하면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을 이르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는 우리말의 말뿌리를 좀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특별히 학교에 다니면서 그런 공부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관심을 더 두겠다는 뜻입니다. ^^*

흔히 뜻밖에 놀랍거나 기막힌 일을 당하여 어리둥절할 때
'어안이 벙벙하다'고 합니다.
이때 '어안'이 뭘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1. 어이없어 말을 못 하고 있는 혀 안.
2. 어안(魚眼) 물고기의 눈
3. 어안(魚雁) 물고기와 기러기라는 뜻으로, 편지나 통신을 이르는 말.
로 풀어놨습니다.

어안이 혀 안쪽이라서 어안이 벙벙하면 말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하면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을 이르는 것 같습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어안을 혀 안으로 푼 것에 조금 억지스럽다고 보기도 합니다.
입안이 벙벙하다나 혀안이 벙벙하다고 하면 더 쉬운데 굳이 어안을 만들어서 쓸 까닭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얼빠지다, 얼 나가다의 얼에서 오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합니다.

모든 우리말의 뿌리를 다 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관심이라도 있다는 게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

오늘도 무척 춥다고 합니다.
겨울이니까 추운 겁니다. 여름에 추우면 안 되잖아요. ^^*
겨울답게 추위를 잘 즐기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구설과 구설수]

어제 농촌진흥청 국정감사를 잘 마쳤습니다.
뒷마무리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산은 넘었습니다.
그 핑계로 어제는 4차대전까지 치렀습니다. ^^*

요즘 들어 바빠서 뉴스를 거의 못 봤습니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아침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소개하고 싶은 낱말이 나오네요.

'구설'과 '구설수'입니다.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욕을 해 구설에 올랐고,
며칠 전에 이를 사과했네요.

감 잡으셨겠지만,
구설과 구설수는 엄연히 다릅니다.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남의 구설에 오르다, 괜한 구설을 들을지도 모른다처럼 씁니다.

구설수(口舌數)는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입니다.
신문에 난 오늘의 운수를 보니 구설수가 있더라처럼 씁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다릅니다.
구설은 좋지 않은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입니다.

따라서,
어떤 연예인은 올해 '구설수'가 있어
요즘 누리꾼의 '구설'에 오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분명히 다른데도
사전을 보면 엉뚱하게 풀어놨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구설수'의 보기에
구설수에 오르다, 구설수에 휘말리다, 시빗거리로 되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라는 보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도
구설수에 오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구설'에 오르는 것이지, '구설수'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수'가 운수를 나타내는 것인데,
어떻게 '나쁜 말을 들을 운수'게 오른다는 거죠?

이런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그런 게 또 있습니다.
'새벽' 아시죠?
먼동이 트려 할 무렵입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사전에 보면
"(이른 시간을 나타내는 시간 단위 앞에 쓰여) '오전'의 뜻을 이르는 말."이라 풀어놓고,
새벽 한 시, 나는 새벽 세 시경에 병원에서 태어났다를 보기로 들어놨습니다.

날이 막 밝을 무렵이 아니라 밤 12시가 넘으면 바로 새벽인 겁니다.
새벽 12시 1분...이라 써도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이런 것을 보면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우리말이 어렵다는 말을 듣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궁금한 게 또 있습니다.
제가 지금 어지러운 게
이런 우리말을 생각해서 어지러운 것인지,
아니면 어젯밤 술이 덜 깨서 어지러운지......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글을 쓸 때 될 수 있으면 옆으로 새지 않으려고 힘씁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들이 쉽게 글을 따라올 수 있거든요.

지금도
구설과 구설수 이야기를 하면서
이왕이면 그런 말보다는 '입방아에 오르다'가 더 좋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글이 꼬일 것 같아서 구설과 구설수만 푼 겁니다.
그러고 나서 맨 뒤에서 '입방아'을 소개한 겁니다.
우리말이 구설보다 못해서 나중에 소개한 게 결코 아닙니다.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