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4, 2012

우리말, 안치다(2) 2012-12-0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2. 12. 4.(화요일)
이사할 때 이사 갈 집으로 옮기는 짐인 '이삿짐'은
'이사(한자) + 짐(순우리말)'으로
사이시옷을 써서 적는 게 바릅니다.
그리고 소리(발음)는 [이사찜]이나 [이삳찜]으로 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앞으로는 제가 일찍 일어나 밥을 안치고 씻고 상 차려 밥을 먹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거죠.'
라고 했습니다.

밥을 안치는 게 아니라, 쌀을 안쳐서 밥을 만드는 것인데,
저는 밥을 안친다고 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쌀도 없이 밥을 지을뻔했네요.
제가 혼자 살 일이 걱정되긴 되나 봅니다. ^^*

오늘부터는 이삿짐을 쌉니다.
빈 상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을 보니 이사 가는 게 몸으로 와 닿습니다. ^^*

이사할 때 이사 갈 집으로 옮기는 짐인 '이삿짐'은
'이사(한자) + 짐(순우리말)'으로
사이시옷을 써서 적는 게 바릅니다.
그리고 소리(발음)는 [이사찜]이나 [이삳찜]으로 내야 합니다.

오늘 무척 춥네요.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내복을 입었습니다.
사십 대 중반이 넘은 저는
이제 세상과 싸우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추우면 옷을 껴입고,(예전에는 내복을 거의 입지 않았습니다.)
아프면 약먹고,(저는 한약이건 양약이건 약과 주사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남이 꾸중하면 그냥 듣고,(예전에는 같이 대들었습니다.)
일터를 옮기라면 옮기고,(예전처럼 왜 하필이면 내가 그곳으로 가야 하냐고 대들기도 했습니다.)
......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면 저도 같이 돌아가며 살렵니다.
삶의 흐름을 거슬르지 않고...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옷깃을 스치면 인연?]

오늘 낮은 좀 따뜻할 거라고 하네요.
요즘 저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납니다.
저 같은 사람 만나봐야 나올 게 아무것도 없는데......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죠?

이 말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삐리리가 있냐면서...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고...)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는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 식구 말고는...^^*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저는 차를 좋아합니다.
술은 싫어합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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