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5, 2012

우리말, 차례 상 차리기 2012-01-06


다시 말하면, 차례 지내는 비용과 가족 수와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TV나 라디오 방송을 조상님들이 들으신다면 뭐라고 할까?
자기들 먹기 위해 음식 장만하면서 우리 귀신들 핑계 쳐서 차례상을 들먹인다고 어처구니없어할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주광현 님이 써서 보내주신 우리말 편지를 붙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우리말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면 같이 읽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의미를 알고 방송을 하는가]
오늘 날짜(1. 4.)로 보아 설 명절이 오려면 아직도 18일이나 남았다.
그런데 오늘도 아니고 벌써 며칠 전부터 TV와 라디오에서는 뛰는 물가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송을 하고 있다.(KBS1 TV 방송과 KBS1 라디오 방송 내용)
"
올해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4인 가족 기준 2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돈 액수가 아니다. 과연 이런 말이 맞는가이다.
'
차례'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차례'
"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의 낮에 지내는 제사."라고 돼 있다.
그렇다. '차례'란 명절을 비롯한 특정한 날 조상님께 낮에 지내는 제사이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는 제수(祭需)를 장만해야 한다.
제사 음식 재료인 제수를 장만하는데 왜 살아 있는 가족 수가 들어가야 하는가이다.
살아 있는 가족도 돌아가신 조상님과 같은 신 ()이란 말인가?

다시 말하면, 차례 지내는 비용과 가족 수와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TV나 라디오 방송을 조상님들이 들으신다면 뭐라고 할까?
자기들 먹기 위해 음식 장만하면서 우리 귀신들 핑계 쳐서 차례상을 들먹인다고 어처구니없어할 것 아닌가?

명절 때 차례는 중요한 의식이다.
따라서 명절 하면 차례가 떠오를 만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차례상과 가족 수와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방송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이번 설(추석) 명절에 4인 가족 기준으로 설(추석)을 쇠려면 차례상을 포함하여 2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이번 설 뿐만 아니다.
매년 추석 때나 설이 돌아오면 한 달 전부터 차례상 타령이 나온다.
조상님이 민망해서 명절이 돌아와도 차례상 받으러 오지 않을 것 같다.
'
차례상과 가족 수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방송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올 설이 넘어가도록 물가는 또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 때마다 애먼 차례상은 얼마나 또 우려먹을 것인가?
지금부터 머리가 아프다. 공영방송이 이래서야…….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계시다]

얼마 전에,
'-
이 되겠습니다', '-같아요'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시다'를 소개드릴게요.

방송에서 가끔,
'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
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
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집에 있어라처럼 쓰죠.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
계시다'고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십니다처럼 써야 하는 거죠.

둘째,
"
어떤 물체를 소유하거나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나에게 1000원이 있다./이 물건은 주인이 있다처럼 씁니다.
이 뜻으로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
있으시다'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가 아니라,
'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있으셨나요?'라고 해야 합니다.
소질, ,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므로, '있으시다'고 해야지 '계시다'고 하면 안 되죠.


보태기)
이 편지를 읽으시고 어떤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이 마음에 차지 않군요.
마치 '이것이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법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라는 뜻의
'
있다'의 높임법이 '계시다'인 것은,
그렇게 '있는' 그 사람의 행위(있음)를 높이기 위함인 듯합니다.
곧 그 '있다'가 그 사람에게 딸린 행위(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높여 '계시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와 달리 '소질이 있다'에서 '있다' '있다' '소질'에 딸린 것이기 때문에
'
있다'는 그대로 두고 '-'라는,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어미)을 붙이는 것인 듯합니다.

사람이 먼저고 법은 나중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 먼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던 까닭이 있어 그런 법을 만든 것이지요.
법을 만든 본뜻을 알면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마디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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