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3, 2015

우리말, 영화 어벤져스(2) 2015-04-2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4. 24.(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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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외래어를 적을 때 쟈져죠쥬와 차쳐쵸츄를 쓰지 않고 자저조주와 차처초추를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리가 거의 같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 편지를 보시고 프랑스에 사시는 분이 답장을 보내주셨기에 허락을 받고 함께 읽고자 합니다.


보낸사람 : 모니카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ㅎㅇ라고 합니다. 한국을 떠난 지는 꼭 30년이 되었고 그 동안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한글 학교 개교 후 10년간 운영하고 교사로도 활동했습니다. 이전에 수원에 성 박사님을 뵈러 간 적도 있지요.  우리말 편지를 꾸준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말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말 발음의 빈곤화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서울 분이라 제가 어릴 때 ㅔ 와 ㅐ 구분을 확실히 하셨는데 제가 자란 곳이 부산이다보니 사람들이 그 구분을 하지 못했습나다. 근데 한 세대가 지난 현재 그 구분을 하는 사람은 대한 민국에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 조차도 이젠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개념조차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어에는 그 구분이 확실히 있어 다시 역으로 왜 우리말엔 그 구분이 없어졌을까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보내 주신 글이 저 / 져, 조 / 죠, 주 / 쥬, 자 / 쟈 가 발음의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좀 틀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발음은 확실히 첫 번째와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혀가 천장에 닿는 소리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는 좀 젖은 발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건 마치 우리 말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 된소리를 못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등 된소리 나는 외국어가 수없이 많은데 왜 확실히 구분 지어지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경음과 격음의 확실한 차이를 무시하고 격음으로만 표시하라고 하는지 난감하
기만 합니다. 그러고도 우리 나라말은 발음할 수 있는 영역이 그 어느 언어보다  많다고 자랑스럽게 말 하는 것은 좀 역설적이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답장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개발새발과 괴발개발]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척 쌀쌀하네요.
가을이니  쌀쌀해야 맛이 나겠죠?
쇠털같이 많은 날 가운데 추운 날도 있고 더운 날도 있지 언제나 제 맘에 쏙 들게 포근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삶도 언제나 장밋빛 아스팔트라면 저는 지겹고 따분할 것 같습니다.
흙길도 있고 꼬불꼬불한 샛길도 있어야 길을 가는 맛도 있고 주위를 둘러보는 멋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흔히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두고 '새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합니다.
새 몸에 난 털이 워낙 많아서 그렇게 말씀하시겠지만
이 말은 본디 쇠털에서 왔습니다.
새도 털이 많기는 하지만 소의 털에는 견줄 바가 아니죠. ^^*

많이 쓰는 관용구라고 해서, 또는 소리를 내기 쉽고 편하다고 해서 우리 민족의 넋이 든 속담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게 또 있습니다.
괴발개발입니다.
괴발개발은 글씨를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갈겨 써 놓은 모양을 두고 하는 말인데,
주위에서 흔히 보는 개와 새를 떠올려서 그런지 '개발새발'이라고들 하십니다.
아닙니다.
괴발개발이 맞습니다. 괴는 고양이를 뜻하는 옛말입니다.
그래서 어지럽혀진 고양이 발자국과 개 발자국에서 따 와 괴발개발입니다.

괴발개발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오늘 하루만 살 것도 아니고 쇠털같이 많은 날이 남아 있기에
오늘도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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