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5, 2011

우리말, 충돌과 추돌 2011-08-26

충돌은 서로 맞부딪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주 오는 차와 부딪치는 게 충돌입니다.
추돌은 차가 뒤에서 들이받을 때 씁니다.
충돌과 추돌은 뜻이 다른 낱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와 컴퓨터를 켜니 이 녀석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전문가 손맛을 보고 나서야 이제 정신을 차렸나 봅니다.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제가 컴퓨터를 부리며 일을 하고 있는지 컴퓨터가 저를 부리는지 헷갈립니다.

1.
이제 보낸 '일부러'와 '부러'를 보시고 댓글을 보내주신 분이 계십니다.
같이 읽어보고자 올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그런데 <일부러>를 <부러>와 굳이 갈라서 쓸 까닭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는 박사님의 이번 말씀은, 획일적인 언어 사용을 강요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어휘 선택은, 반드시 <까닭>에 의해 좌우되어야 하는 논리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학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지요.
<부러>라는 낱말을 자주 접했기에 박사님의 말씀이 한층 놀랍게 다가왔나 봅니다.
우리 말 알기와 바른말 사용을 위한 노력이 획일적인 언어관, 국수적인 언어관과는 다를 거라고생각하고 싶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
오늘 새벽에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나 봅니다.
이를 방송사에서 보도하면서,
MBC뉴스에서는 '충돌'이라고 했고,
SBS에서는 '추돌'이라고 말했습니다.
충돌은 서로 맞부딪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주 오는 차와 부딪치는 게 충돌입니다.
추돌은 차가 뒤에서 들이받을 때 씁니다.
충돌과 추돌은 뜻이 다른 낱말입니다.


3.
점심을 밖에 나가 콩나물해장국으로 먹었습니다.
식당 벽에 '콩나물과 계란 이야기'라고 붙어 있더군요.
'두순과 계란담'이라고 모두 한자말로 쓰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콩나물과 달걀 이야기'라고 쓰거나...
계란을 왜 못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철퇴?]

조금 전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족구를 했는데,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돈 따먹기를 해야 재밌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정신 좀 가다듬을 겸, 편지나 하나 더 보낼게요.

아침에 본 텔레비전 뉴스에서,
학위를 위조한 가짜 학원강사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화면 아래쪽 자막에는,
‘가짜 강사 철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신문에,
‘법원 ’알박기‘에 철퇴…부당이득 반환 판결’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건축현장 등에서 소규모 토지를 가지고 있는 지주가
거액의 땅값 보상을 노리고 토지매각을 거부하는
이른바 ‘알박기’ 행위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는 기사의 제목이죠.

오늘은 ‘철퇴’ 이야기를 좀 드릴게요.

법원에서 알박기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지도 단속한다는 뜻으로,
가짜 학원 강사를 잡아서 족친다는 뜻으로,
철퇴라는 낱말을 썼지만,
철퇴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강한 말입니다.
언론에서 쓰는 말치고는 너무 강해요.

철퇴(鐵槌)는
끝이 둥그렇고 울퉁불퉁한 여섯 자 정도 길이의 쇠몽둥이로
적을 쳐 죽이는 데 쓰는 도구입니다.
곧, 사람을 때려죽이는 쇠 몽둥입니다.

법원에서 아무리 강하게 지도 단속한다고,
설마 사람을 쇠몽둥이로 때려 죽이기야 하겠어요?
가짜 학원강사를 잡아서 강제 출국을 시키지 설마하니 때려죽이기야 하겠냐고요.

언론부터 이런 낱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법원에서 나온 판결보다 더 강한 판결이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제목을 뽑을 거죠?
가짜 학원강사를 강제 출국시키지 않고, 구속한다면 그때는 어떤 낱말을 쓰실거죠?
‘철퇴’보다 크고 강하다는 뜻으로 ‘태철퇴’라는 낱말라도 만들어서 쓰실 건가요?

가능하면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자꾸 하는 말이지만,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데 열을 올리지 말고,
사회의 아름다운 면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도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사회가 되죠.

말과 글은 우리 사회의 표현이고, 쓰는 사람의 인격입니다.
가능하면 곱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쓰는 게 좋지 않겠어요?

오늘은 아름다운 말을 많이 골라 쓰시는 하루로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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