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 2014

우리말, 잊혀진 -> 잊힌 2014-05-2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5. 21.(수요일)
'잊다'의 입음꼴(피동형)은 '잊혀지다'가 아니라 '잊히다'입니다.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머릿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세월호'을 잊으려 애써보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애들이 떠오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안타깝고, 미안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저도 그 일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는 뜻을 지닌 움직씨가 '잊다'입니다.
수학 공식을 잊다, 영화 제목을 잊었다, 중요한 약속을 잊다처럼 씁니다.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잊히다'를 자주 쓰시는데요. 이는 문법에 맞지 않습니다.
'잊다'의 입음꼴(피동형)은 '잊혀지다'가 아니라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차츰 잊혀 갔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문법으로 보면,
'잊히다'가 '잊다'의 입음꼴인데,
여기에 부사형 연결어미 '-어'가 오고 그 뒤에
앞말이 뜻하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인 '지다'가 한 번 더 합쳐졌기 때문에 이중피동이 됩니다.

세월호 사고 실종자가 아직도 17명이나 됩니다.
이들을 하루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가슴을 쥐어뜯는 절절한 반성을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세월호 사고, 결코 잊힌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엉기다와 엉키다]

안녕하세요.

어제 큰불이 났군요.
잠깐의 실수로 40명이 넘는 생명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 전, 태안 앞바다에 배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 기름이 지금은 제주도까지 흘러갔다고 하네요.
기름 덩어리가 바다에 떠다니다가 그물이나 해초 따위에 달라붙어 덩어리가 되고,
그게 바다에 가라앉거나 밀려서 해안으로 오고...
언제까지 사람들이 자연을 멍들게 할건지... 걱정입니다.

오늘은 사람들의 부주의를 나무라며 엉기다와 엉키다를 알아보겠습니다.
엉기다와 엉키다는 소리는 비슷하지만 쓰임은 다릅니다.
엉기다는
"점성이 있는 액체나 가루 따위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지다."는 뜻입니다.
기름 덩어리가 물과 한데 뭉쳐져서 굳어진 거죠.

엉키다는
'엉클어지다'의 준말로
실이나 줄, 물건 따위가 한데 뒤섞여 어지러워지다는 뜻으로
엉클어진 실타래, 엉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다듬다처럼 씁니다.

사람의 실수로 바다에 기름이 새 나오고,
그 기름이 물과 엉겨붙어,
자연의 섭리가 엉키고 말았네요.
어쩌다... 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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