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19, 2012

우리말, 자빡 2012-08-20

'자빡(을) 대다'나 '자빡 치다'고 하면 '아주 딱 잘라 거절하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새벽에 무섭게 비가 내리치더니 지금까지 내리네요.
아마 이번 비로 한여름은 물러가나 봅니다.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잘 쉬다 왔습니다.

쉬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먹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많이 먹게 되는지요.
저는 서울로 오가면서 몸무게가 7~8킬로 정도 빠졌었는데, 지난 휴가 때 1~2킬로는 더 찐 것 같습니다. ^^*
평소에는 반만 먹으며 잘 참는데 왜 휴가 때는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

우리말에 '자빡'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공주병이나 왕자병을 뜻하는 '자뻑'이 아닌 '자빡'입니다.

"결정적인 거절"이라는 뜻으로
'자빡(을) 대다'나 '자빡 치다'고 하면
'아주 딱 잘라 거절하다.'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간식 유혹에 자빡 치며 저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의지가 너무 약한가 봅니다.

오늘부터 다시 좀 더 참아보며 먹는 양을 줄여보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자뻑'은
한자 스스로 자와
강렬한 자극으로 정신을 못 차린다는 뜻의 속어인 뻑이 합성된 낱말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하여 정신을 못차린다,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죠.
공주병 왕자병 따위를 갈음하는 낱말로 자주 쓰이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낱말은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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