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7, 2012

우리말, 넓다랗다와 널따랗다 2012-08-06

꽤 넓은 것은 '넓다랗다'가 아니라 '널따랗다'이고,
꽤 짧은 것은 '짧다랗다'가 아니라 '짤따랗다'인데,
꽤 긴 것은 '길다랗다'가 아니라 '기다랗다'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애들과 같이 도서관과 마트에 가서 보냈습니다.
집에서는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
텔레비전으로 올림픽을 보는 것도 더위를 쫓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축구를 참 재밌게 봤습니다.
축구 종구국이라는 영국과 맞서 참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습니다.
널따란 운동장을 맘껏 뛰어다니며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까지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우리말에 '널따랗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공간을 나타내는 이름씨(명사)와 함께 쓰여
"꽤 넓다."는 뜻으로
널따란 평야, 방이 널따랗다, 아기가 널따란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처럼 씁니다.

여기서 '다랗'은 일부 그림씨(형용사) 뒤에 쓰여 그 정도가 꽤 뚜려하다는 뜻을 더합니다.
굵다랗다, 좁다랗다, 높다랗다, 깊다랗다가 그렇게 쓰인 겁니다.

문제는
크기나 모양, 길이, 깊이 따위를 나타내는 그림씨(형용사) 뒤에 '다랗'이 붙는 방식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꽤 넓은 것은 '넓다랗다'가 아니라 '널따랗다'이고,
꽤 짧은 것은 '짧다랗다'가 아니라 '짤따랗다'인데,
꽤 긴 것은 '길다랗다'가 아니라 '기다랗다'가 바릅니다.
꽤 가는 것도 '가느다랗다'고 써야 합니다.
게다가
꽤 잔 것은 '잘다랗다'나 '자다랗다'가 아니라 '잗다랗다'가 바릅니다.

올림픽에 나간 우리 선수들이
널따란 운동장에서 맘껏 뛰고
기다란 트랙에서 맘껏 달려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지난번에 보내드린 '경신/갱신'을 보시고,
고ㄱㅅ 님께서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오늘 편지를 쓰다 보니 이 댓글이 더 가슴에 와 닿네요.

"우리 주변에서 갱신과 경신을 구분해서 정확히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어법이 우리 세대에는 어찌 통할지 모르나 젊은 세대에게 과연 학습이 될지 자신이 안 서는군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오늘 농촌진흥청 잔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드디어 오늘 농촌진흥청 잔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흔히 어떤 행사를 시작할 때,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라고 하고,
그 행사가 끝날 때,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단원은 행사가 끝날 때만 씁니다.
대단원(大團圓)은 대미(大尾)와 같은 뜻으로,
"연극이나 소설 따위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말합니다.
단원의 막이 내렸다처럼 씁니다.

곧, 어떤 행사의 시작에는 대단원이라는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끝낼 때만 '대단원'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저도 이제 좀 쉴 수 있겠죠?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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