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 2015

우리말, 생무지 2015-11-02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주말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지난주에 셋째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입원까지 하는 바람에 아내는 꼼짝없이 병원에 잡혀있고,
애 둘과 같이 보내는데, 어젯밤에는 둘째가 자다가 네 번이나 토하는 바람에 애 챙기고 이불 바꾸고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제가 집안일에는 생무지다보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말에 '생무지'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어떤 일에 익숙하지 못하고 서투른 사람"을 이릅니다.
'일은 잘 알지만 글은 생무지올시다.'처럼 씁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애들 옷도 더 챙겨줘야 하는데, 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제 옷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습니다.
아내는 그 복잡한 집안일을 어찌 다 챙기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둘째를 학교에 보내기는 했는데 걱정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회의도 많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집안일을 좀 알아둘걸 그랬습니다.
하다못해 옷이 어디에 있는 지라도 알아 뒀더라면 오늘아침처럼 허둥대지는 않았을 텐데…….

대한민국, 아니 이 세상의 모든 가정주부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현안 문제]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일터에서 시험을 보는 날입니다.
시험 계획에 따르면 '주요정책 및 현안문제에 관하여' 세 문제를 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서를 쓰는 거라고 하네요.
3시간 안에 세 개의 기획서를 논리적으로 써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오늘은 '현안문제'를 알아보겠습니다.
'현안'은
"이전부터 의논하여 오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문제나 의안"을 뜻합니다.
국정 현안, 소 값 파동이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두 가지 문제를 현안으로 해서...처럼 씁니다.

문제는 이 '현안' 뒤에 '문제'를 같이 쓴다는 겁니다.
현안을 懸案이라 쓰니 낱말에 이미 '문제'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안문제'가 아니라 그냥 '현안'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뒤에 문제를 붙이면 겹말이 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현안을 '걸린 문제'로 다듬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것도 좀 어색합니다. '걸린 문제'라......
차라리 '미해결 문제'라고 푸는 게 더 나을듯싶기도 합니다. 짧은 제 생각에...

어쨌든,
승진심사 계획에 나온 '현안문제'는 잘못되었습니다.
'주요정책 및 현안문제에 관하여'는
'주요 정책과 현안'이라 쓰는 게 바릅니다.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오늘 시험 봐야 하는데, 시험 보는 날 아침부터 제가 볼 시험을 이렇게 꼬집었으니 시험이나 잘 볼 수 있을지... ^^*
괜히 동티내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시험을 보신 모든 분들이 다 잘 보시길 빕니다. 봄이 되면 꽃이 피듯......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내기)
동티 :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공연히 건드려서 스스로 걱정이나 해를 입음. 또는 그 걱정이나 피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호의로 한번 던진 말이 동티가 될 줄이야, 늙은 불여우가 짖고 다니면 반드시 동티가 나고야 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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