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30, 2015

우리말, 다음 한가위를 기다리며 2015-09-30

안녕하세요.

한가위 잘 보내셨나요?
저도 오랜만에 나흘을 쉬어봤습니다. ^^*

저는 기획실에 있다 보니
한주가 시작될 때마다 모든 직원에게 그 주에 있을 일을 정리해서 전자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요일별로 무슨 일이 있으니 어떻게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편지를 정리하면서는 나가는 말을 몇 마디 덧붙이곤 합니다.

오늘도 아침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이라서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기에 '나가는 말'을 좀 길게 썼습니다.

그 글을 여기에 붙입니다.

오늘은 내용이 좀 짧았으니 옛날이야기 한 토막 하겠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원전 336년, 20살의 나이에 마케도니아의 왕위에 올랐습니다. 대왕 앞에 거칠 것이 없었고, 세상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많은 정치가, 학자, 예술가들이 대왕 앞에 머리를 숙이는데, 철학자 디오게네스만 문안인사를 오지 않았습니다. 왕이 물통 속에 사는 디오게네스를 찾아가서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왕이 앞에 서 계시니 햇볕이 가립니다. 부디 비켜주세요. 나에게는 저 햇볕이 가장 소중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고르디아스의 매듭 이야기입니다.
소아시아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 고르디온의 신전에는 전차의 채를 복잡하게 묶어놓은 매듭이 있었습니다.
고르디아스 왕이 묶어 놓은 이 매듭엔 "그것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도 그 매듭을 풀지 못했습니다. 마침 페르시아 정복 길에 올랐던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매듭을 단칼에 쳐서 끊은 뒤 "나는 이제 아시아의 왕이 되었다."고 외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대왕 앞에 거칠 것이 없었고, 세상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호령하던 알렉산더도 인도를 정벌하러 나선 길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32살에 죽게 됩니다. 참으로 허무하죠.
죽음을 앞두고 알렉산더 대왕이 신하들을 모읍니다. 그리고 이렇게 유언을 합니다. "내가 죽거든 내 관 옆에 구멍을 뚫어 양손을 밖으로 내보이게 하라."
천하무적의 권력과 부를 손에 쥔 대제국의 황제도 갈 때는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많은 백성들에게 보여주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굳이 공수래 공수거를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든 빈손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빈손으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 뻔합니다.

욕심 없이 세상을 살 수 없고, 야망 없이는 삶이 허무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실망은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삶도 맑고 깨끗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맑은 가난이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습니다. 가난한 것이 마음이 편한 것이니,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거든 남과 나눠서 내가 가진 것을 최소화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우리네 명절이 지나갔습니다.
내년 이맘때까지,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며칠 전 한가위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아니, 제가 누굴 가르치겠습니까, 저라도 그렇게 살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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