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1, 2015

우리말, 물속에서 숨을 내쉬어 꾸르륵 소리 내는 것 2015-09-18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산다는 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지난여름에 애들과 물장난 치면서 놀았던 기구를 정리해두려 합니다.
잘 넣어둬야 내년에 또 쓰죠. ^^*
아침에 잠깐 정리할 것을 봤는데, 한여름 땡볕아래서 애들과 놀았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군요.

다섯 살짜리 꼬맹이와 손잡고, 큰 대야 속에 얼굴을 넣고 숨을 내쉬어 뽀글뽀글 숨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편지 쓰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요.
오늘 오랜만에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애들과 장난치며 놀 때, 물속에서 숨을 내쉬어 꾸르륵 소리를 내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맞히시는 겁니다.

세 분을 골라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두껍다와 얇다]

안녕하세요.

어제 쓴 편지에서 제가 실수한 게 있었네요.
쥐 꼬리가 길지 않다는 데서 매우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쥐꼬리라는 낱말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적은 게 아니라 작은 게 맞습니다.
적다는 많지 않은 것이고,
작다는 크지 않은 것이잖아요.

저는 적다/작다, 든/던, 두껍다/굵다 따위는 잘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마음을 좀 놓았나 봅니다.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두껍다와 굵다를 다시 갈라볼게요.

두껍다/얇다, 굵다/가늘다가 짝을 이룹니다.
물체의 두께가 크면 두껍다고 하고 그 반대는 얇다고 해야 합니다.
두꺼운 이불, 두꺼운 책, 두꺼운 입술처럼 쓰고,
옷이 얇다, 고기를 얇게 저미다, 얼음판이 얇아졌다처럼 씁니다.

이에 견줘,
물체의 둘레를 나타낼 때는 굵다/가늘다를 써야 합니다.
굵은 팔뚝, 손가락이 굵다, 선을 굵게 그리다처럼 쓰고,
실이 머리칼보다도 가늘다, 허리가 개미처럼 가늘다, 가는 빗줄기처럼 씁니다.

가끔은
다리가 두껍다고 하거나,
입술이 가늘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겁니다.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 틀립니다.
제 머리가 벌써 굳어지고 있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두껍다'와 '두텁다'의 차이는 다 아시죠?

눈에 보이는 것에는 두껍다를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두텁다를 쓰시면 됩니다.

곧, '두텁다'는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는 뜻으로
두터운 은혜/신앙이 두텁다/친분이 두텁다/정이 두텁다처럼 씁니다.
은혜, 신앙, 친분, 정 따위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두껍다'는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뜻으로
두꺼운 이불/두꺼운 책/두꺼운 입술/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었다처럼 씁니다.
이불, 책, 입술, 옷 따위는 눈에 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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