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3, 2015

우리말, '구경하다'와 '좋은 구경 하다' 2014-09-23

안녕하세요.

어제 제 일터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오전 감사가 끝나고, 점심 드신 뒤, 저희가 준비해 놓은 농업기계를 둘러보셨습니다.
다 둘러보시고, "좋은 구경 했습니다."라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고 감사장으로 들어가신 의원님도 계시고,
그냥 말없이 들어가시는 분도 계시고... ^^*

'구경하다'는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보다."는 뜻입니다.
'영화를 구경하다, 집의 화장실 좀 구경합시다, 타인들의 공포 증후군을 구경하는 방관자였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구경하다' 앞에 '좋은'이 들어가면 띄어쓰기가 헷갈리게 됩니다.
'좋은 구경했습니다.'가 바른지 '좋은 구경 했습니다.'가 옳은지.


'좋은 구경 했습니다'에서 '좋은'은 관형어입니다.
'좋은'이 뒤에 오는 '구경'을 수식합니다. 따라서 '좋은 구경'과 '했습니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좋은 구경 했습니다.'로 띄어 써야 하는 거죠.
만약 이를 '좋은 구경했습니다.'로 붙여 쓰면,
'좋은'이 '구경했습니다.'를 수식하는 구조가 되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듯이 관형어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수식하지 동사를 수식하지는 못하잖아요.


어쨌든,
'구경 잘 했습니다.'는 뜻은
'좋은 구경 했습니다.'로 써야하고, '좋은 구경했습니다.'로 쓰면 틀립니다.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가요?
언제든지 오세요.
제가 좋은 구경 시켜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직접 구경거리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나름대로...]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건장 잘 챙기시길 빕니다.

지난주 금요일 낸 문제 답은 '양거지'입니다.
그 문제 답을 뚱겨드린다면서 첫 자음이 ㅇㅁㄹ라고 했습니다.
실은 목요일 저녁에 제가 친구들 만나 소주 한잔하면서 양미리를 먹었는데,
제가 양거지를 생각하면서 양미리가 손에 익어 있었나 봅니다.
제가 이렇게 지질합니다. ^^*
죄송한 마음에 금요일 편지에 댓글을 다신 모든 분들께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애들과 제부도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그 섬에 갔는데 등대를 새로 세우고 간판을 바꾸는 등 나름대로 새 단장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봄이나 여름에 놀러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9:32, MBC에서 '발렌타인데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밸런타인데이가 맞습니다.

토요일 10:16, MBC에서
'나름 안정적인 출발'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나름'을 알아볼게요.
먼저, 사전에서 '나름'을 찾아보면
'의존명사'라고 나오며 ((명사, 어미 '-기', '-을' 뒤에 '이다'와 함께 쓰여)) 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책도 책 나름이지..., 네가 열심히 하기 나름이다, 제 할 나름이다처럼 씁니다.
"각자가 가진 방식이나 깜냥을 이르는 말."로도 쓰이므로,
나는 내 나름대로 일을 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세상을 살기 마련이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쓰는 게 바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 '나름'을 마치 어찌씨(부사)처럼 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것도 나름 좋구나, 나름 귀여운 맛이 있네, 나름 새 단장을 하고 있다처럼 쓰는 경우가 그런 겁니다.

그러나 매인이름씨는 꼭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써야 합니다.
의존 명사를 포함한 몸말(체언) 뒤의 토씨(조사)는 안 쓸 수도 있지만,
'나름' 뒤에는 '이다', '대로', '의', '(으)로' 따위의 토씨를 뒤에 붙여 쓰는 게 바릅니다.

그것도 나름 좋구나, 나름 새 단장을 하고 있다는
그것도 나름대로 좋구나, 나름대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처럼 써야 합니다.

언젠가 소개해 드린 '보다'는 너보다 크다, 그는 누구보다도 걸음이 빠르다처럼 토씨(조사)로도 쓰이지만,
사전에 어찌씨(부사)로도 쓸 수 있게 올라 있으므로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라고 써도 틀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쓰이는 게 꼭 바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전에는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오늘은 글이 좀 길었네요.
내일은 짧게 쓰겠습니다.

여러분,
힘냅시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