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30, 2015

우리말, 자귀나무와 능소화 2015-06-30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일터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꽃 이야기입니다. ^^*
안녕하세요.

기획실 성제훈입니다.

기획실이라고 늘 딱딱한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상반기가 지나가는 것을 기념(?)하여 부드러운 꽃 이야기를 보냅니다.

우리 일터 주위에 자귀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에너지과장님 방 앞에도 있고, 식당 앞쪽 풋살경기장 근처에도 있습니다.

자귀나무 꽃이 뭔지 모르시지는 않죠?
바로 이런 꽃입니다.
http://cafe.daum.net/daincho/MhkE/1252?q=%C0%DA%B1%CD%B3%AA%B9%AB&re=1

잎사귀는 신경초인 미모사나 아까시나무처럼 생겼는데,
좌우 잎 수가 같아 서로 상대를 찾지 못한 외톨이(?) 잎이 없습니다.
곧, 아까시나무 잎은 맨 끝에 나온 잎이 짝이 없는데 자귀나무 이파리는 끝에 나온 잎에도 짝이 있습니다.
벌써 뭔가 부부간의 정을 다루는 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이 자귀나무는,
낮에는 잎을 펴서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그 잎을 마주 닫아 증산을 줄입니다. 잎의 표면적을 되도록 줄이는 거죠.
마주보고 있는 잎과 잎이 서로 딱 붙어 잠자는 모습이 마치 부부가 한 이불 속에서 서로 꼭 껴안고 잠든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따위로도 불렀습니다.
그래서 집안에 이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많죠.

농업 쪽에서 보면, 농사에서 꼭 필요한 소가 이 나무 잎사귀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걸 보고, 이 나무가 소에게는 마치 쌀과 같다하여,'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또,
10월이 되면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가을바람에 꼬투리가 부딪치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시끄러운 여자에 비유해, 여설목(女舌木)이나 여설수라고도 불렀습니다.

외국에서는, 꽃이 비단처럼 곱다고 해서, 자귀나무를 silk tree라고 합니다.

더 재밌는 것은,
밤에는 이렇게 잎과 잎을 딱 붙여 자는데,
낮에는 아무리 어두워도 잎과 잎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아마도...
절제된 부부생활을 하라는 깊은 뜻이 있지 않을는지...

오늘은, 아니, 지금,
아내에게 아니면 남편에게, 또는 이성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뜬금없이......
전화해서 자귀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부금실이 좋아지실 겁니다.



내친김에, 능소화 이야기도 해드리겠습니다.
요즘 능소화가 한창 필 때거든요.
안타깝게도 공학부 주변에는 능소화가 안보입니다.

능소화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http://cafe.daum.net/navy558/c7oa/1552?q=%B4%C9%BC%D2%C8%AD&re=1

능소화에는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어느 날 속없는 임금이 행차하는데 한 마을에 어여쁜 처자가 있는 겁니다.
이 임금은 그 처자를 불러 며칠 간 꿈같은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그 마을을 떠나면서 해서는 안 될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납니다.
“내가 궁궐로 돌아가면서 너를 데려갈 터이니 그동안 몸조심하고 기다리고 있거라...”
그냥 떠나기 아쉬워서 남긴 이 한마디 말을 믿고
그 처자는 날이면 날마다 마루 끝에 나와 지나가는 임금을 기다렸죠.
그러나...마땅히(?) 임금은 그 말을 잊어버렸고,
그 처자는 하염없이 임금을 기다리다 결국에는 죽고 말죠.
그 처자의 이름이 소화입니다.

옛이야기는 이런데,
능소화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생겨난 거겠죠.

이 능소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능소화는 흔히 양반꽃 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능소화의 전설에 나오듯이 임금을 기다리는 한 여자의 정조가 있으므로,
옛날 양반들이 자기 집 딸이 간택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에 능소화를 심었습니다.
마땅히 일반 평민들이 능소화를 집에 심다 걸리면,
그놈의 양반들에게 죽도록 얻어터졌겠죠.
소설 '토지'에서 최참판댁 사랑의 담장에 피어 기세등등 권세를 대신 말했던 꽃이 바로 이 능소화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꽃이 떨어지는 시깁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꽃은,
꽃망울이 맺히고, 거기서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 후, 꽃이 시들해지면 떨어지게 되는데요.
이 능소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처자가 지아비 임금을 기다리다 죽은 꽃이기 때문에 일반 꽃과는 좀 다릅니다.
능소화는 꽃망울이 맺혀 꽃이 피고 한껏 아름다움을 뽐낼 때, 꽃이 뚝 떨어집니다.
꽃이 시들기 직전에, 아름다움을 한창 간직한 채 온몸을 던지는 거죠.
가슴 아프죠?

세 번째 특징은,
능소화가 가진 독입니다.
한 여자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아비 임금을 보지 못한 채 한을 간직하고 죽은 꽃이기 때문에, 꽃 속에 독이 있습니다.
그 꽃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독이죠.
여자의 한이랄까...

네 번째 특징은,
특징이라 하기는 좀 거시기 하지만,
긴 시간동안, 오랫동안 꽃을 피운다는 겁니다.
하긴, 백일동안 꽃을 피워 백일홍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도 있지만,
이 능소화도 꽃을 오랫동안 피웁니다.
시들지 않은 아름다운 자태로 임금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거죠...
한여름 긴 시간동안 우리들 눈을 기쁘게 해 주는 능소화에도 이런 슬픈 전설이 있답니다.

올 한 해 반이 지나갔습니다.
자귀나무 꽃과 능소화 꽃을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에도 열심히 일하며 즐겁게 삽시다.

고맙습니다.

기획실장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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