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6, 2015

우리말, 헛얼 2015-06-16

안녕하세요.

제가 우리말 편지를 보낸 게 13년째인데요.
오늘 가장 늦게 편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뭘 했는지 오늘 하루 너무나 바빴습니다.

한 부서의 기획실장으로서 나름대로는 뜻깊은 일을 했겠지만
막상 집에 가려고 보니 허탈하기만 하네요.

우리말에 '헛얼'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헛'은 보람 없는 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에,
정신의 줏대라는 뜻을 지닌 '얼'이 더해진 낱말일겁니다.
그래서 '헛얼'이라고 하면
"남의 일이나 근거 없는 일 때문에 입게 되는 손해."를 뜻합니다.
'발가락이 여섯이라니, 얘 네 발가락부터 세어 봐라. 공연히 헛얼을 쓰겠다.'처럼 씁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뭔가를 챙겨 내가 이익을 보기 보다는
하나라도 더 줘서 남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는 모든 분들께 대 놓고 말씀드립니다. 진짜입니다. ^^*

그러다보면 헛얼 쓰는 때도 있겠지만,
좀 그러면 어때요. 그것도 제 삶의 일부분이겠죠.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 게 삶이니, 그 또한 제 일로 받아들여야죠.
그렇지 않나요?

너무 내 것만 챙기고 살면 재미없잖아요.
하나 주고, 그러다 하나 더 주고,
나중에는 내가 먹다 남은 것까지 더 내주고 살아도
욕심 채워 배부른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일찍 주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겹말]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 안마당에서 농업인의 날 잔치를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이곳에 터를 잡은 지 꽤 오래 되었기에 주변에 오래된 고목나무가 참 많습니다.
아래 사진 왼쪽에 보이는 은행나무도 고목이고,
그 옆에 있는 벚나무도 고목이고...

요즘 단풍이 멋지게 들었습니다.
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




앞에서 오래된 고목나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고목'이 오래된 나무라는 뜻이므로 '고목나무'는 말이 겹치는 꼴입니다.
게다가 앞에 '오래된'까지 붙이면 말이 세 번이나 겹치는 꼴입니다.

이런 것을 겹말이라고 합니다.
겹말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은데,
입에 붙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사람 들도 그럽니다.
그렇게 남들이 많이 쓰는 겹말은 사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처갓집, 외갓집, 족발 같은 낱말은 버젓이 사전에까지 올라 있습니다.


내친김에
흔히 쓰는 겹말을 좀 알아볼게요.


간단히 요약하다, 감각을 느끼다, 결론을 맺다, 결실을 맺다, 계속 이어지다, 공이 지대하다, 과거의 역사적 과오, 관점에서 본다면, 근래에 와서, 기간 동안, 낙엽이 떨어지다, 남은 여생, 내재해 있다, 늘 상비하다, 다시 재발하다, 마지막 최종 결승, 만족감을 느끼다, 먼저 선취점을 얻다, 명백하게 밝히다, 모든 만물, 무수히 많은, 미리 예고하다, 박수를 치다, 밝고 명랑하다, 방치해 두다, 방화를 막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분명히 밝히다, 불로소득을 얻다, 사랑하는 애인, 산재하고 있다, 새로 들어온 신입생, 새로 신설하다, 서로 상통하다, 소문으로 듣다, 소원 성취를 이루다, 소임을 맡다, 수확을 거두다, 쓰고 기록하다, 아끼고 절약하다, 아름다운 미인, 아직 미정, 어려운 난관, 어려운 역경, 여백이 남다, 여분이 남다, 외치는 함성, 용도로 쓰다, 유산을 남겨주다, 음모를 꾸미다, 이행해 가다, 이후의 사후대책, 인수받아, 일찍이 잠입해 들어오다, 재학하고 있다. 전래되어 오는, 접수받다, 지나가는 과객, 지나간 과거, 지난 과거, 직시해 보다, 차치해 두고, 추출해 내다, 크게 기여하다, 크게 히트를 치다, 터지는 폭음, 포로로 잡히다, 푸른 창공, 피해를 입다, 함께 동행하다, 함유하고 있다, 해변가, 향락을 즐기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현재 재직 중, 호시탐탐 노리다, 혼자 고군분투하다, 혼자 독주하다, 회고해 보다
, 회의를 품다......
(따온 곳 : 말과 글,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2008 가을, 15쪽)

이런 말들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곧, 틀린 말입니다.

손이 아프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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