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30, 2015

우리말, 헛걸음질 2015-06-29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더울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고, 이틀 뒤면 한 해의 반이 지나갑니다.
뭔가를 열심히 한 것 같기는 한데, 딱히 잡히는 것은 없고...

우리말에 '헛걸음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두 가지 뜻이 있는데요.
"아무 보람 없이 가거나 오거나 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쓸 때는
'취직 부탁을 해 볼 참으로 선배를 찾아갔으나 때마침 선배가 출장을 가는 바람에 헛걸음질이 되어 버렸다'처럼 씁니다.
"발을 잘못 디디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기운이 없어서 자꾸 헛걸음질하시는 할머니를 부축해 드렸다.'처럼 씁니다.

마땅히 월급 주는 일터에 오가면서 헛걸음질하면 안 되겠죠.
힘차게 일터에 나와 열심히 일하면서도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헛걸음질하시지 않나 걱정합니다.
자주 뵐 수도 없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런 걱정이 저절로 되네요.

오늘도, 아니 이번 주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윤똑똑이와 헛똑똑이]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애들 어린이집에서 하는 열린 학교에 다녀왔고,
일요일은 온 식구가 찜질방에서 뒹굴었습니다.

저는 네 살배기 아들이 있는데요.
이 녀석이 집에서는 누나를 가르치려 들며 큰소리치더니 어린이집에서는 그렇게 수줍음을 타더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애가 그렇게 수줍음을 잘 타고 헛똑똑이라는 것을...

'윤똑똑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에
헛똑똑이, 겉똑똑이, 가똑똑이, 과똑똑이, 갓똑똑이가 있습니다.

말 맛이 조금씩은 다릅니다.
윤똑똑이는 실제로는 똑똑한데 심보가 좀 고약한 경우에 쓰고,
가똑똑이와 과똑똑이는
"실제는 보잘것없으면서 겉으로만 똑똑한 체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말로는 무슨 일이든 다 잘하나 실제로는 실속이 없는 허구뿐인 사람을 일컫는 거죠.

앞에 쓴 낱말이 모두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지만 실상은 별 볼일 없는 바보를 이른다면,
그보다는 조금 나은 게 '허릅숭이' 정도 됩니다.
"일을 실답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을 잘하게 보이지만 막상 같이 일을 해 보면 답답한 경우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에,
허릅숭이보다 조금 더 바보가 '어림쟁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정한 주견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실제 일을 못할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도 투미한 그런 사람을 이르죠.

글을 쓰다 보니 저는 어디에 들어가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겉으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실제로 일을 딱 부러지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제로 똑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이르는 낱말은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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