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8, 2011

우리말, 세간도 맞고 세간살이도 맞습니다 2011-09-09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세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8월 31일에 바뀐 표준어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세간살이'도 표준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빗방울이 보이네요.
이번 한가위 때 고향에 가시면서 고생 좀 하실 것 같습니다.

어제는 다섯 분이 15명에게 우리말 편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다른 나라에 사시는 분이 10명이나 추천하셨네요. 고맙습니다. ^^*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세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8월 31일에 바뀐 표준어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세간살이'도 표준말입니다.

아래 편지는 예전에 보낸 것으로 '세간살이'로 쓰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이제는 '세간살이'도 표준말이므로 누리집 등에 올리신 분은 그 부분을 지워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파일에서도 아래 내용을 찾아 지웠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예전에 보낸 편지'에서 다시 보내지 않죠.
근데 예전 편지를 지우기가 왜 이리 아까운지요. 몇 년 전 그 편지를 쓸 때가 생각나서 지우기가 참 아깝네요.
무슨 대단한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쓴 글이라 그런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한가위 잘 보내시고, 고향에 가시는 분들은 운전 조심해서 잘 다녀오시길 빕니다.

오늘치 예전에 보낸 편지는 한가위 이야기를 골라봤습니다.



[세간살이 =>> 세간/살림/살림살이]

비가 많이 오네요.
아무쪼록 큰 피해가 없기를 빕니다.

텔레비전에 이번 비로 세간이 많이 상한 집이 나오네요.
하나같이 손때 묻은 살림살이일텐데...

오늘은,
그런 아까운 살림살이를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흔히,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두고,
'세간살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틀린 겁니다.
그것은 '세간'이나 '세간붙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살림'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집 안에서 주로 쓰는 세간"이라는 뜻도 있어,
살림이 늘어나다, 살림을 장만하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살림살이'는,
"살림을 차려서 사는 일"인데,
여기에도,
"숟가락, 밥그릇, 이불 따위의 살림에 쓰는 세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부엌 살림살이, 그 사이에 살림살이가 많이 늘어났구나처럼 쓰죠.

정리하면,
집안 살림에 쓰는 물건은,
세간, 살림, 살림살이라고 하나,
'세간살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비에,
못쓰게 되는 세간이나 살림이 없기를 빕니다.



[세간]
앞에서 '세간'이 나왔는데요.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이 '세간'이고,
"살림을 차려서 사는 일"은 '살림살이'입니다.
뜻이 다르죠.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이 두 낱말을 합쳐서,
'세간살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세간살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살림을 꾸려 나감"이라는 뜻으로 쓰이긴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사전에 '세간살이'는 없습니다.

앞으로 '세간살이'라는 말은 쓰지 마세요.
잘못하면 공안사범으로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오늘은 일부러 한가위 이야기를 골라봤습니다. ^^*






[한가위를 맞아 넉넉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안녕하세요.

고향 가는 길에 비가 오네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벌써 사고소식이 있네요.
아무쪼록 고향에 잘 다녀오시길 빕니다.

이틀 뒤면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낱말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한가위를 가배, 충추절이라고도 합니다.
'가배'가 신라 때의 길쌈놀이(베 짜기)인 '가배(嘉俳)'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어쨌든 표준국어사전에 '가위'를 "추석"으로 풀어놨습니다.

'중추절'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終秋)로 나눈 데 그 뿌리가 있습니다.

'추석'은
예기의 조춘일 추석월(朝春日 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의 중추, 추중, 칠석, 월석 가운데에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배건 중추절이건 추석이건,
저는 한가위가 가장 맘에 듭니다.
왠지 넉넉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한가위는 대자연에게 감사하는 날이요,
조상님의 은덕과 은공을 가슴에 새기는 날이요,
내 자신의 존재의 뿌리를 생각해보게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아니요. 싫은데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를 먼저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말 편지에서 여러 번 보았으나 말 안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지나치지 못하고 말씀드릴까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한자말 '항상'을 우리말 '늘'이나 '언제나'로 갈음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도록 '매일'보다는 '날마다'를, '중'보다는 '가운데'를,
'예'보다는 '보기'를 많이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예를 들어, '먹다'의 명사형은...'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이라고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단어'보다는 '낱말'을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단어' 하면 어쩐지 '영어 단어'가 생각납니다. - 아! 그 지겨운 영어 단어 외우기란....
제 머릿속에서는 우리말과 '단어'가 통 어울리지 않는군요.
이건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말로 쓸 수 있는 건 한자말보다는 우리말로 쓰자는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분의 편지를 받고,
제가 가지고 있는 그동안 보낸 우리말편지를 봤더니,
'단어'라는 낱말이 무려 473개나 들어있더군요.
어찌나 창피하던지요.
그 자리에서 몽땅 다 바꿔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따끔하게 꾸중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우리말편지를 씁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받는 편지 가운데,
저에게 즐거운 한가위 되라는 분이 많으십니다.
일일이 답장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말씀드릴게요.

싫습니다.
저는 즐거운 한가위가 되기 싫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라고요?
그것도 싫습니다.

착한 사람이나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 멋진 사람은 되고 싶어도,
'즐거운 한가위'나 '즐거운 명절'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즐거운 한가위'가 사람인가요? 식물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무슨 미생물인가요?
제가 농촌진흥청에 다녀도 그런 동식물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

저는 한가위를 즐겁게 보내거나, 재밌게 누릴 수는 있지만,
'즐거운 한가위'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는 영 어색한 말입니다.
굳이 따지면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되세요.'라는 명령형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런 것은 아마도 영어 번역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는
'한가위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가위를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관람 되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즐거운 쇼핑 되세요, 좋은 시간 되세요, 안전한 귀성길 되세요, 푸근한 한가위 되세요 따위도 모두 틀린 겁니다.
사람이 여행, 관람, 하루, 쇼핑, 시간 따위가 될 수 없잖아요.
사람이 즐겁게 여행하고, 재밌게 보고, 행복하게 보내고, 즐겁게 시장을 보는 겁니다.

좀 삐딱하게 나가볼까요?
저에게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더러 '하루'가 되라는 말이니까,
어떻게 보면 '하루살이'가 되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큰 욕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절대 '하루'나 '하루살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저더러 '날'이 되라는 말이니까,
어떻게 보면 '날파리'가 되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거 저에게 욕한 거 맞죠?
저는 절대 '하루살이'나 '날파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대로 살게 그냥 놔두세요. ^^*


여러분,
한가위 잘 보내시고,
한가위 잘 쇠시고,
고향 잘 다녀오시고,
한가위를 즐겁고 행복하고 푸근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보태기)
1.
삐딱하게 나간 게 좀 심했나요?
될 수 있으면 그런 말을 쓰지 말자는 저의 강한 뜻으로 받아주시길 빕니다.
인사는 고맙게 잘 받습니다.

2.
'날파리'는 '하루살이'의 사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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