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7, 2015

우리말, 손이 시리다 2015-12-1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2. 16.(수요일)
안녕하세요.

눈이 내려서 그런지 날씨가 무척 춥네요.

흔히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거나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통증이 있는 것을
'시렵다'고 합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

그러나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습니다.
'시리다'가 바릅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은
'손이 시리어 꽁, 발이 시리어 꽁'으로 써야 바릅니다.
'손이 시려 꽁, 발이 시려 꽁'도 맞습니다.

우리가 늘 보던 표현이 아니라서 좀 어색하긴 하지만, 맞춤법으로 보면 그게 맞습니다.

시려울 만큼 차가운 것이 아니라 시릴 만큼 차가운 것이고,
손이 시려워서 장갑이 필요한 게 아니라 손이 시려 장갑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눈이 많이 내리고 땅이 좀 얼 것 같습니다.
손이 시리면 옆사람 손을 꼭 잡아보세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신고하려나?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삼희성과 줄탁동시]

안녕하세요.

어제가 어린이날 이었습니다.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애들과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과 원예연구소에 들러 재밌게 놀았습니다.

예부터 집안에서 나오는 소리 가운데 기분 좋은 소리 세 가지를 삼희성(三喜聲)이라 했는데,
요즘은 삼희성 가운데 하나인 애들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니 걱정입니다.
삼희성은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인데,
글 읽는 소리는 자손이 공부를 잘해 출세하는 것을 뜻할 것이고,
다듬질 방망이 소리는 고부간의 갈등이 없는 화목한 집안을 뜻할 것이며,
아기 우는소리는 자손이 번성한 것을 뜻할 겁니다.
저는 이렇게 보는데 실제 뜻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애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날이 바로 어린이날인데,
어제 임실에서는 큰 풍선이 터져 애들이 다쳤다네요.
어린이날 어린이가 다치고,
식목일에 산불이 많이 나고...
어른인 게 부끄러울 때가 잦습니다.

어른이 더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애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어른이 챙겨줘야 하잖아요.

뉴스에서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따오기를 인공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면서,
막 알에서 깨어나는 따오기가 나오기 쉽게 사람이 밖에서 알을 깨 주는 화면이 나오네요.
과천에 있는 한 고등학교 정문에는 '줄탁동시'라는 한자가 큰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올라가면서 봤습니다.)
껍질을 쪼는 것을 '줄(口卒)'이라 하고,
밖에서 마주 쪼아 껍질을 깨뜨려 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니,
줄탁동시(口卒啄同時)는 모든 일이 서로 알맞은 때에 힘을 합쳐야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날인 오늘 어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말 같아 소개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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