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 2015

우리말, 속박이 2015-12-0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2. 2.(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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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선배님이 슈퍼에서 석류 한 상자를 사주셨습니다.
집에 가서 상자를 열어보니 굵은 석류가 두 줄로 담겨 있는데, 아랫줄을 보니, 윗줄보다 씨알도 작고, 심지어 석류가 아닌 감이 들어 있었습니다.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 석류이기에 아마도 수입한 과일을 상자에 담으면서 가게에서 그렇게 장난을 친 것 같습니다.
비록 감이 석류보다 싸서 조금은 이익이 더 남을 지도 모르지만,
길게 보면 그 가게는 결국 손해를 볼 겁니다.
제가 다시는 그 가게를 안 가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할 거거든요.

예전에,
농산물을 포장할 때, 위쪽에는 좋은 것을 놓고, 잘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는 질이 좀 떨어지는 것을 놓는 것을 두고 '속박이'라고 했습니다.
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이고, 지금은 그런 일이 전혀 없기에, 앞으로 사전에 오르지도 않을 낱말입니다.

농민들은 그런 짓 안합니다. 땅과 이야기하고, 계절을 타고 살며, 하늘과 삶을 함께하는 농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부 상인들이 문제입니다.
그게 몇 푼 된다고 속이는지…….

제가 가끔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너를 속일 수 있고, 선배도 속일 수 있고, 후배도 속일 수 있으며, 심지어 하나님도 속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결코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 라고요.

무슨 욕심이 그리 많아 남을 속이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면 맘이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끌끌하다와 깔깔하다]

안녕하세요.

거의 20년쯤 전, 교직에 있으면서 대학원에 다녔습니다.
가끔 대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한잔하다 보면 제가 담임을 맡은 학생을 만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쭈뼛 서면서 제 행동거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혹시 학생들 앞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았나 해서요.

아시는 것처럼 많은 분이 우리말편지를 받으십니다.
저를 만난 사람 가운데 제가 우리말편지를 보내는 것을 모르면서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렇게 우리말편지를 아시는 분들이 늘어나니 제 행동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커 나가는 거겠지만요.

저는 요즘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같이 교육을 받으시는 분이 오셔서 우리말편지 잘 받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실은 그때 제가 엉덩이를 쑥 빼고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졸고 있었거든요.
참 민망했습니다. ^^*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역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행동거지를 바로 해야해... 라고... ^^*

끌끌하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입니다.
그의 끌끌하고 점잖은 풍모는 재상이라도 따를 수 없었다, 슬하에 모인 자녀가 모두 끌끌하다, 오는 길에 아주 끌끌한 사람을 보고 와서 기분은 참 좋았다처럼 씁니다.
아름다운 뜻을 품은 멋진 우리말입니다.

깔깔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나 성미가 보드랍지 못하고 조금 거칠다."는 뜻의 그림씨입니다.

'지질하다'는 그림씨도 있습니다.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첫 소리를 된소리로 발음해 '찌질하다'고도 하고 '찌질이'라고도 하는데,
사전에 오른 말도 아니고 뜻도 별로 좋지 않으니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지질한 저지만,
언제 어디서나, 남이 보건 보지 않건 깔깔하지 않고 끌끌한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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