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31, 2015

우리말, 백중 2015-08-28

안녕하세요.

오늘이 절기로 백중입니다.
곡식이 무르익고 많이 나 100가지 씨앗을 갖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문턱이죠. ^^*

백중을 망혼일이라고도 하는데,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며 잘 익은 과일과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또 이날은 농사짓느라 고생한 머슴을 하루 쉬게 했고, 돈도 주었다고 합니다. 그 돈을 가지고 장에 가서 머슴들이 술도 마시고 음식을 산다고 해서 백중장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백중장 : 백중날 앞뒤에 서는 장)
마을에 따라서는 그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머슴을 골라 소에 태워 마을을 돌며 노는 호미씻이도 했습니다.
(호미씻이 : 농가에서 농사일, 특히 논매기의 만물을 끝낸 음력 7월쯤에 날을 받아 하루를 즐겨 노는 일)

백중날은 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주 간절하게 생각이 납니다.
망혼일이라서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예전에 남의 집 머슴을 사셔서 더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도 백중에는 하루 쉬셨을 것이고,
주인에게서 돈을 받아 백중장에 가셨을 것이고,
가끔은 호미씻이도 하셨을 겁니다.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하며 갖은 고생하시다가
자식들 다 커서 이제 고생 좀 덜하고 사시겠다했는데,
환갑 지나자마자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누리실 복을 조금도 건들지 않고, 그대로 자식들에게 주고 가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나 봅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아버지 덕입니다.

늘 제 수첩에 넣어둔 아버지 사진을 꺼내봅니다.
가량가량한 그 모습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가량가량하다 : 얼굴이나 몸이 야윈 듯하면서도 탄력성이 있고 부드럽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성제훈이 썼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뚱딴지]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오케바리' 말씀을 드렸는데,
'오케바리'와 일본어 '오키마리'와도 관계가 없고,
OK body도 아닌 것 같으며,
OK Buddy(좋아! 친구)에서 온 것 같다고 답장을 주셨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오케바리'보다는 '좋아!'가 더 멋진 말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용산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끌어내려고 경찰 특공대가 들어갔다는 게 저는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뜬금없다는 말이 생각나고 뚱딴지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오늘 편지를 정치 이야기로 받아들이실까 걱정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심스럽게 한 마디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지만,
경찰 특공대가 들어간 것은 뚱딴지같습니다.
뚱딴지는 "전선을 지탱하고 절연하려고 전봇대에 다는 기구"입니다.
전기를 통하지 않게 해주는 절연체죠.
뚱딴지를 달면 전기가 통하지 않으므로
무슨 말을 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은 엉뚱하거나 무뚝뚝한 사람을 이르는 것으로 뜻이 넓어졌습니다.

글이 길어지면 실수할 것 같으니 여기서 매조지겠습니다. ^^*
세상 살아가면서 뚱딴지같은 일이 많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있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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