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17, 2013

우리말, 텍스트와 코너 2013-04-17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4. 17.(수요일)
교수가 이야기하는 중 '텍스트'와 '코너'라는 여러 번 사용하시기에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보슬비가 내리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추울 것 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오늘은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오늘 저희 학교에 교원대 국어교수가 와서
2009 개정교육과정 초등학교 3, 4학년 국어교과서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어요.
저희 학교가 내년에 사용할  3, 4학년 국어와 도덕을 먼저 사용해보고 그 적합성을 따져보는 연구를 하는 학교이거든요.
교수가 이야기하는 중 '텍스트'와 '코너'라는 여러 번 사용하시기에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국어 지도서를 읽다 보니 지도서에도 텍스트라는 말이 쓰여 있더군요.
우리말글살이가 염려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글살이에 마음을 쓰게 된 것이 우리말 편지를 받아 읽은 덕이라 생각됩니다.
외래어를 적합한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어런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욱더...
선생님께서는 텍스트와 코너를 우리말로 쓰신다면 뭐라 하시면 좋을 것 같으신지요?


이 편지를 받고 저는 아래와 같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 텍스트라고 쓰셨고, 코너를 어디에 쓰셨는지 몰라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아마도 텍스트는 책에 설명된 내용을 뜻하는 것 같고,
코너는 특정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와 코너를 깨끗하고 쉬운 우리말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도, 전문가 행세하려고 텍스트/코너를 쓴다는 것이죠.

고맙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현실 같아서 씁쓸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싱글맘]
안녕하세요.

방송인 허수경 씨가 '싱글맘'이 된다네요.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건강하게 잘 낳고, 잘 키우시기를 빕니다.

좀 의외죠?
제가 '싱글맘'이라는 엉터리 낱말을 쓰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하니...

싱글맘은
"남편이 없는 몸으로 아이를 기르는 여자"라는 뜻이고,
국립국어원에서 새로운 낱말로 받아들였습니다.

말이라는 게 살아 있다 보니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쓰면 사전에 올려 어엿한 우리말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낱말을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처음에는 인터체인지라고 했는데 나중에 나들목으로 바꾸었습니다.
흔히 쓰는 댓글도 처음에는 리플이라고 했습니다.
웰빙(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웰비잉이 맞습니다.)도 지금은 참살이로 바꿔씁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긴 현상을 나타내는 낱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낱말을 만들 때 잘 만들면 나중에 바꿔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웰빙을 받아들이면서 참살이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싱글맘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없는 몸으로 아이를 기르는 여자"라는 뜻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당당한 미혼모라는 뜻을 더한
멋진 우리말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홀로엄마'라고 하면 맛이 좀 떨어지나요?

오늘 아침 SBS에서
"결혼은 선택, 골드 미스"라는 꼭지의 방송을 했습니다.
'올드미스'를 보고 '골드 미스'를 만든 것 같은데,
올드미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노처녀로 다듬은 말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애써 찾아내 보듬고 가야 하는데......

좀 다른 이야긴데,
저는 지금도 누군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으로 애를 만들었다고 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그 말로 다 할 수 없는 엄청난 아픔을 조금은 알기에......
그런 아픔을 함께하는 누리집이 있습니다.
www.agaya.org
입니다.

허수경 씨가 당당한 싱글맘으로
애 잘 키우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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