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0, 2017

우리말) 멀찍이와 가직이 2017-01-09

안녕하세요.

올해도 벌써 2주째네요.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릅니다.
올해 하고자 했던 일 가운데 벌써 포기한 일은 없으시죠?
저는 주말에 자주 산에 가고자 하는데, 아직 실천을 못 하고 있습니다.
멀리 있는 큰 산이 아니라 가직이 있고 오르기도 쉬운 황방산에 가려고 하는데도 게을러서 쉽지 않네요.

'가직이'는 "거리가 조금 가깝게."라는 뜻을 지닌 어찌씨(부사)입니다.
'그중에 어떤 것은 언덕 위에 가직이 날고도 있었지만...'처럼 씁니다.

반대는 '멀찍이'입니다.
"멀찌감치"라는 뜻이 있는 어찌씨로
'어머니는 아버지의 뒤를 멀찍이 따라오셨다, 방에서 나온 길상은 멀찍이 공 노인을 끌고 갔다.'처럼 씁니다.

제 나이가 벌써 쉰이 넘었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섬뜩하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와서 뭔가를 해놔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하릴없이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기는 합니다.
건강이라도 잘 챙기면서 보내야죠. ^^*

산에 오르는 동안에는 가직이 길섶에 있는 나무를 보고,
살에 올라서는 멀찍이 먼 산을 바라보며
바르게 살고 뜻깊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가직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거리가 좀 가깝다"는 뜻도 있고 "가지런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굴지와 불과]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우측 보행'이 아니라 '오른쪽 걷기'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나 방송에서 이렇게 한자말을 앞세우니
사전에도 '비포장도로'는 올라 있지만 '흙길'은 없고,
'독서'는 올라 있지만 '책읽기'는 없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 아침 6:57, KBS라디오에서 같은 뜻인데 한자로도 쓰고 우리말로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굴지(屈指)는
무엇을 셀 때, 손가락을 꼽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뛰어나 수많은 가운데서 손꼽힘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씁니다.
국내 굴지의 대학, 한국 굴지의 실업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처럼 씁니다.
이를
국내에서 손꼽는 대학, 한국에서 손꼽는 실업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재벌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불과(不過)는
주로 수량을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에 지나지 아니한 상태임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불과 몇 명뿐이었다처럼 씁니다.
이를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에 지나지 않다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많은 우리말이 한자말에 가려 있습니다.
한자말을 먼저 쓰기 시작했더라도 우리말로 바꿔서 쓰는 게 좋고,
우리말이 먼저 쓰이기 시작했다면 마땅히 그런 낱말을 찾아내서 써야겠죠.
왜냐하면,
우리 머리로 생각해서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은 우리의 넋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쓰는 말이 한자 투면 내 넋이 한자를 좇고,
내가 쓰는 말이 깨끗한 우리말이면 내 넋도 덩달아 깨끗하고 맑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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