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1, 2013

우리말, 사달과 오두방정 2013-03-1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3. 3. 13.(수요일)
"사고나 탈"을 뜻하는 우리말은 '사단'이 아니라 '사달'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말 그대로 봄비가 내렸습니다.
촉촉한 봄비를 머금은 땅이 기지개를 제대로 켤 것 같습니다.

요즘 며칠 봄기운에 취해 정신없이 살았더니 어제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멀쩡한 '외래어 표기법'을 두고도 그런 규정이 없다고 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실수라서 바로 편지를 보내는 오두방정을 떨어야 했습니다.
거듭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1.
흔히 어떤 일이 잘못되거나 탈이 생겼을 때 '사단'이라고 합니다.
일을 그렇게 하더니 결국 사단이 났다처럼 말하죠.
그러나
"사고나 탈"을 뜻하는 우리말은 '사단'이 아니라 '사달'입니다.
사전에서 '사단'을 찾아보면 모두 13가지 뜻이 나오는데 12가지는 한자이고, 한 가지는 영어입니다.
그러나 '사달'은 순우리말입니다.
일이 꺼림칙하게 되어 가더니만 결국 사달이 났다처럼 씁니다.

요즘 봄기운에 취해 살던 제가 어제 결국 사달을 낸 거죠. ^^*

2.
"몹시 방정맞은 행동."을 두고 '오도방정'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오'에 끌려 '도'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오두방정'이 바릅니다.
오두방정을 떨다, 어른 앞에서 웬 오두방정이냐!처럼 씁니다.

어제 제가 '외래어 표기법'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 곧바로 다시 우리말 편지를 보내는 오두방정을 떨었습니다.

봄에는 모든 사물의 기운이 올라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애들이 더 보고 싶습니다.
어제는 잠이 오지 않아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 있었습니다.
아마도 막내 지원이를 한번 껴안고 와야 기운을 차릴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오늘은 일 마치고 수원 집으로 갈까 합니다.
버스 타고 조치원으로 나가고, 그곳에서 기차 타고 수원역으로, 다시 버스 타고 집으로 가야 하는 귀찮고 먼 길이지만,
그래도 애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늘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참,
오늘 오후부터는 비거스렁이 한다고 하니 옷을 잘 챙겨입으시길 빕니다.
이제는 비거스렁이가 무슨 뜻인지 다 아시죠?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갈말]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이제 더위가 한풀 꺾였나 봅니다.

어젯밤 KBS 상상플러스에서 멋진 우리말을 소개했습니다.
'중씰하다'는 낱말인데요.
그림씨(형용사)로 "중년이 넘어 보이다."는 뜻입니다.
남들이 저를 중씰하게 봅니다. ^^*
이런 멋진 낱말을 소개해 주는 KBS 상상플러스 참 좋은 방송입니다. ^^*

좀 아쉬운 것도 있었습니다.
출연자 중 한 분이 임신중이신데,
그걸 두고 '홀몸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홀몸이 아닌 게 아니라 홑몸이 아닌 겁니다.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외로운 사람이고,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은 '홑몸[혼몸]'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아시는 것처럼 저는 농대를 나와 농업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명색이 연구사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본청에서 행정 일을 하고 있으니 속으로는 답답하고 걱정도 됩니다.

제가 맡은 일이 행정 일이다 보니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하거나 내보낼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 고민하는 게 농업용어나 전문용어를 어떻게 나타낼까 하는 겁니다.
그냥 있는 그래도 쓰면 농업을 전문으로 하지 않으신 분은 잘 모르실 거고,
그렇다고 길고 너절하게 풀어쓰자니 남들이 읽지 않으실 거고...
되도록 쉽게 풀어쓰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전공 용어, 전문 용어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갈말이라는 낱말인데요.
갈은 배움, 연구, 공부라는 뜻이고,
말은 말, 언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갈말은
학술 분야에서 한정된 뜻으로 쓰는 전문 용어, 곧, 학술어를 뜻합니다.

저도 빨리 돌아가서
갈말 붙들고 머리 싸매며 열심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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