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3, 2015

우리말, 발자국 소리/공향 2015-02-03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2. 3.(화요일)
사전에 없다고 해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나?
안녕하세요.

오늘은 '삐비껍딱'이라는 분이 보내주신 편지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제목 : 발자국 소리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잠시 시간이 나서 메일 보냅니다.
제가 저번에 어르신 책을 교정한 적이 있는데 그 책 제목이 '추억의 발자국 소리'였답니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는 잘못된 말이라고 하잖아요. 발자국은 흔적이니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제목을 고치려다가 생각하니 '추억의 발걸음 소리'는 말맛이 별로더라고요. ^^
참 이럴 때 난감합니다.

하여 발자국 소리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공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공향'의 뜻풀이가 '발자국 소리'더군요.
(발자국 소리 공, 발 디디는 울림 소리 공, 울릴 향)
발자국 소리가 잘못된 말이라면 사전의 뜻풀이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또 사전 뜻풀이를 바꾼다 해도 '발자국 소리 공'은 어쩌죠? ^^;;
여기서 생각해 보자면,
발자국 소리는 꼭 그 흔적하고만 연결할 것이 아니라 '발 디디는 울림 소리'와 연결하면 사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국립국어원에 전화해서 공향에 대해 말했더니 그 단어에 대해 심사를 했는데 보류 중이라고 하데요.
하여간 우리말은 참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사전에 없다고 해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나?
왜냐면 예전에 '맨날'이 표준어가 아니었을 때 저는 사람들이 '맨날'이라는 말을 쓰면
'맨날' 아니고 '만날'이야, 하면서 왜 '만날'인지 설명까지 해줬거든요.
그랬는데 그게 표준어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때 드는 생각이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은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한 제가 아니라 그냥 모르고 쓰던 사람들이더라는 거죠.
작년에도 '딴지' '놀잇감'으로 쓴 원고를 '딴죽' '장난감'으로 교정해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게 이틀 후에 표준어로 추가. ㅎㅎ
그래서 요즘엔 에라, 쓰던 말 계속 쓰자, 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한다니까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
오늘은 게으름을 부렸더니 하루가 어영부영 지나가 버렸네요.
슬슬 저녁 준비해야겠어요.
그럼 이만...


[성제훈의 답장]
고맙습니다.

1. 선생님의 편지를 내일 우리말 편지에서 소개해도 될까요?
2. 저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고향 내음'과 '고향 냄새'가 느낌이 다르듯, '발자국 소리'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없다고 다 틀린 말이라고 보는 것도 좀 그렇고요.
자주 쓰면 표준어가 되는 것은 좋은데, 또, 틀리다/다르다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잘못써도 결코 그냥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낱말이기도 하고...
우리말, 참으로 재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삐비껍딱 님의 편지]
뭐 여러 사람이 같이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테니 소개하셔도 괜찮아요.
'짜장면'이나 '맨날'이 표준어로 되었을 때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결국 우리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게 표준말인지 아닌지 모르고 계속 쓴 사람들이라는 생각.
온 국민이 '맨날'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걸 알고 '만날'로 썼더라면 그 단어는 언젠가는 사라질 거였잖아요.
저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맨날'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우리말 공부를 하면서 그게 표준어가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
다르다, 틀리다, 이건 저도 선생님과 생각이 같고요.
우리말에 대해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좋네요. ^^

저도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뜯어먹다와 뜯어 먹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더울 것 같네요. 여름에는 좀 더워야 한다지만 이건 좀...^^*

오늘은 중복입니다.
날씨가 덥다고 너무 차가운 것만 좋아하면 속까지 차져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조님은 삼계탕으로 속을 보했나 봅니다.
오늘 삼계탕 드실 분 많으시겠죠?

오늘은 '뜯어먹다'와 '뜯어 먹다'를 갈라볼게요. 삼계탕을 생각하면서...

'뜯어먹다'는 '뜯다'와 '먹다'를 합친 말로
"남의 재물 따위를 졸라서 얻거나 억지로 빼앗아 가지다."는 뜻의 한 낱말입니다.
오늘은 선배들이나 뜯어먹어야겠다,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못 뜯어먹어서 안달이냐?처럼 씁니다.

한편
'뜯어 먹다'는
붙어 있는 것을 떼거나 찢어서 먹다는 뜻으로
제가 닭고기를 뜯어 먹은 거죠. ^^*

뜯다에는 "질긴 음식을 입에 물고 떼어서 먹다."는 뜻도 있어서
'갈비를 뜯다'고 하면 갈비뼈에 붙은 고기를 찢거나 떼어서 먹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말은 단 한 자만 띄어 써도 뜻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뜻만 통하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무책임합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우리 문화가 바로 서고,
우리말을 깨끗하게 써야 우리 삶이 바로 섭니다.

갈비 이야기하다 보니 갈비가 먹고 싶네요.
한우 갈비로......^^*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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