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6, 2015

우리말, 밤을 지새우다 2015-08-05

안녕하세요.

여전히 덥네요. ^^*

어제는 너무 더워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덕분에(?) 밤을 지새우며 책 좀 봤습니다. ^^*

사전에서 '지새다'를 찾아보면 "달빛이 사라지면서 밤이 새다."라고 나옵니다.
'새다'가 "날이 밝아오다"는 뜻이므로
'지새다'는 어둠이 사라지고 날이 밝아 온다는 뜻이 됩니다.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지새고 날이 밝아 왔다, 그는 밤이 지새도록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새다'에 '지'가 붙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새우다'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므로 '밤을 지새우다'처럼 써야 합니다.

너무 더워서 잠을 못 이루시면
억지로 주무시려고 하지 말고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잠이 오거든요. ^__^*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중동무이]

안녕하세요.

오늘이 2008년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 해 어떠셨어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저는 무척 힘든 한해였습니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을 없앤다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서 누가 어떻게 농사지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만든 먹을거리를 내 입과 내 식구 입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올 초에 세운 계획은 다 이루셨나요? 저는 이룬 게 별로 없네요.
꾸준히 우리말 편지 쓰는 것 말고는...
올 계획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 계획은 또 세우셔야죠?
그 계획은 모두 이루시길 빕니다. ^^*

'중동무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하던 일이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그만두거나 끊어 버림."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입니다.

'에멜무지로'라는 어찌씨(부사)가 있습니다.
단단하게 묶지 아니한 모양을 뜻하는데
거리가 가까우니 그냥 에멜무지로 안고 가도 되오, 먼 길을 떠날 것이니 에멜무지로 대충 묶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또 "결과를 바라지 아니하고, 헛일하는 셈 치고 시험 삼아 하는 모양."을 뜻하기도 합니다.
한번 에멜무지로 해 본 일이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에멜무지로 보내 보는 것이니 너무 기대하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오늘 좋은 계획 세우셔서
내년에는 그 계획을 조금 힘들다고 중동무이를 하면 안 됩니다. ^^*
에멜무지로 세울 계획이라면 아예 세우지 마시고,
한번 계획을 세우셨으면 중동무이하지 마시고 끝까지 좋은 열매 맺기를 빕니다.

올 한 해 우리말 편지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Aug 3, 2015

우리말, 그러거나 말거나 2015-08-04

안녕하세요.

나흘 뒤면 입추입니다. 조금만 더 참읍시다. ^^*

저는 휴대전화에 뉴스속보가 오도록 만들어놨는데, 어제 오후에 그걸 지워버렸습니다.
어제 몇 분 간격으로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왔습니다.
신격호, 동주, 동빈 3부자, 롯데호텔서 전격 회동
신격호, 신동빈, 롯데호텔서 회동중... 신동주 동석여부는 미확인
신격호, 신동빈 롯데호텔 회동 종료
신동빈 "잘 다녀왔다"보고에 신격호 "어허..."대답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속보 받는 것을 지운 겁니다.

우리말 익은말에 '그러거나 말거나'가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라는 뜻입니다. 한 낱말이 아니므로 띄어 씁니다.

저는 롯데 재벌 가족이 싸우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분도 별 재미를 못 느낄 겁니다.

그런 뉴스를 방송에서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더운데...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보다 빠르게...]

어제 편지에 있는 '보다 빠른 주차...'를 보시고 댓글을 다신 분이 많으시네요.
오늘은 '보다'를 볼게요. ^^*

먼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어찌씨(부사)로 "어떤 수준에 비하여 한층 더"라는 뜻을 달고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 뛰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토씨(조사)로는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을 비교하는 경우, 비교의 대상이 되는 말에 붙어 '-에 비해서'의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라고 풀고
내가 너보다 크다, 그는 누구보다도 걸음이 빠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민중서림에서 나온 국어사전을 보면
어찌씨로는 "한층 더"라 풀고 보다 나은 생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토씨로는 체언 뒤에 붙어서 둘을 비교할 때 쓰는 부사격 조사라 풀고 작년보다 훨씬 춥다, 보기보다 어렵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 보면
'보다'를 토씨로만 풀었습니다.

이렇게 '보다'를 토씨로도 쓸 수 있고 부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빠른 주차'라고 써도 됩니다.
문법만 따지면 맞습니다.

문제는 어찌씨로 쓰는 쓰임이 우리말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보다'가 일본말 より와 영어 'more' 번역하면서 생긴 것으로 봅니다.
우리말 '보다'는 두 가지를 서로 견주는 데 쓰는 토씨이지 '더'를 뜻하는 어찌씨가 아니었는데
일본말과 영어의 영향으로 어찌씨로도 쓰인다는 겁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인터넷 일본어 사전을 보니 より를 토씨로만 쓰고 있네요.

학교 다닐 때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를 배우셨죠? 올림픽 때마다 들었던 말이고 책에도 나왔습니다.
그 말은 라틴어로 'Citius, Altius, Fortius'이고 영어로는 'Swifter, Higher, Stronger'입니다.
이를 누군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로 번역했습니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라고 번역하면 될 것을 '더'를 쓰지 않고 '보다'를 쓴 겁니다.
이런 잘못된 번역이 다른 사람들의 '말버릇'를 바꿔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보다'를 어찌씨로 쓰는 게 사전에 까지 올라있습니다.

'보다'를 어찌씨로 쓰는 게 바른가요?
어찌씨로 쓰는 게 우리말의 쓰임을 키웠다고 볼 수도 있나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우리말, "농업, 일제용어 정리해야 진정한 광복" 2015-08-03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의 기사가 나왔기에 함께 읽고자 합니다.
"농업, 일제용어 정리해야 진정한 광복"이라는 제목입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71914330792371&outlink=1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제가 누구냐고요?(3)]

안녕하세요.

토요일은 우리말 편지를 보내지 않는데,
가끔은 이렇게 제 이야기를 보냅니다.


1. 가끔 저에게 맞춤법을 물어보시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맞춤법을 잘 모릅니다. 우리말 편지는 그저 제가 공부한 것을 여러분과 나누는 것뿐입니다.
우리말이나 맞춤법이 궁금하시면 국립국어원 가나다전화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02-771-9909입니다.

2. 우리말 편지 맨 밑에 '우리말123'이라고 썼더니, 왜 이름을 밝히지 않느냐는 분이 많으시네요.
누리편지(이메일) 계정이 urimal123이라 외우기 쉽게 그렇게 썼는데, 괜히 필요없는 오해를 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제 이름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에서 일하는 성제훈입니다.

3. 가끔 왜 오던 편지가 뚝 끊어졌느냐는 편지를 받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우편함이 가득 차면 다음날부터 가지 않습니다. 우편함이 가득 차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다만, 두 달에 한 번도 우리말 편지를 읽지 않으시면 제가 발송을 멈춥니다. 제 나름으로는 정성 들여 쓴 우리말 편지가 남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가끔은 쓰레기처럼 방치되는 것은 싫거든요.

4. 제가 관리하는 누리집(홈페이지)이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이 많으십니다. 그러면 우리말 편지를 보관하지 않아서 된다시면서...
저는 거의 컴맹 수준이라서 블로그를 따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말 편지를 꾸준하게 올리시는 분들은 많으시더군요.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jtbogbog&folder=36
참고로,
우리말 편지는 여기저기 맘껏 올리셔도 되고, 깁고 보태서 쓰셔도 됩니다.

5. 제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는 분도 많으시네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2008년 올해 제가 본 책입니다.
거지반 제가 샀고, 나머지 반은 빌려서 봤거나 선물 받은 책입니다.
마땅한 말이지만, 꼼꼼히 곱씹으며 본 책도 있고, 대충 읽어본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는 베개로 쓴 것도 있음을 실토합니다. ^^*
지금 보니 1/3정도는 국어책이고, 1/3정도는 수필이나 시집, 나머지는 자기 개발서적이나 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의 책이네요.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습니다.

CO2  전쟁
IT 거버넌스의 책임과 성과
건방진 우리말 달인
공학에 빠지면 세상을 얻는다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1
국어 독립 만세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획 천재가 된 홍 대리
나노바이오 미래를 여는 기술
나는 하루하루를 불태웠다
느림과 비움
농업생명공학의 정치경제 시작은 씨앗부터
농업은 제3의 IT
뉴스에도 원산지가 있다?
대체에너지 : 새로운 성장동력
대통령의 눈물
뒤집어 읽는 農 세상
디지털 펀! 재미가 가치를 창조한다
뜨고 지고! : 자연
로컬푸드
말과 글은 우리 얼굴이야 : 우리 말글 지킴이 이수열
맛깔스런 우리문화 속풀이 31가지
미래를 살리는 씨앗
미래를 읽는 기술
미륵
바람불어 그리운 날
바른 말을 찾아서 : 국어교사이자 수필가가 쓴 우리말 바로 알기 지침서
바보천사
백수의 월요병
사람이 나의 미래
생물과 무생물 사이
생물학적 에너지·자원화 공학
세계가 잃어버린 영혼, 한국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학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화학
세상을 뒤집을 100가지 미래상품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거버넌스와 개혁
우리말의 문화찾기
워싱턴에서 KBS뉴스 민경욱입니다
잊지말자 황우석
재미있는 나노과학기술여행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
지식의 대융합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철학의 시작
친절한 맞춤법 : 우리말 실력에 날개를 달자!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
태양에너지 혁명
토마토 이야기
트렌드 인 비즈니스
포지셔닝
퓨처코드 대한민국 미래 트렌드
하라하라의 과학블로그 1, 2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한글 :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헛갈리기 쉬운말 1

그리고 달마다 좋은생각과 사과나무도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명심보감 팔반가 .............. 앞 글에서 옮김

바로 앞글 내용에서 옮겼습니다.


며칠 전 제가 읽었던 책은 최영록 님이 쓰신 '나는 휴머니스트다'입니다.
그 책 132쪽부터 136쪽에 명심보감 팔반가가 나옵니다.

아래에 옮깁니다.

幼兒或罵我하면 我心覺歡喜하고 父母嗔怒我하면 我心反不甘하니
一喜歡하고 一不甘하니 待兒待父心何懸고
勸君今日逢親怒어든 也應將親作兒看라

어린 자식 어쩌다 나에게 대들면 내 마음에 기쁨이 느껴지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화를 내시면 내 마음 되레 언짢아지네. 한 쪽은 기쁘고 한 쪽은 언짢으니 자식과 부모님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 다를까.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모님이 화를 내시면 부모님을 자식으로 바꾸어 보게.


兒曹는 出千言하되 君聽常不厭하고 父母는 一開口하면 便道多閑管이라
非閑管親掛牽이라 皓首白頭에 多諳諫이라
勸君敬奉老人言하고 莫敎乳口爭長短하라

자식들이 천 마디나 말을 하여도 자네는 늘 듣기 좋아하지만 부모님이 어쩌다가 한 마디 하시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쏘아붙이네. 참견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 그러시는 걸 모르는가. 흰머리 되도록 아는 것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아무리 무식한 부모라도 자식에게 해줄 말과 교훈은 산과 바다를 훌쩍 넘는다네. 자네여. 어른 말씀 공경하여 받들게. 그 젖내 나는 입으로 어찌 길고 ㅤㅉㅏㄻ음을 다툰단 말인가.

乳兒尿糞穢는 君心에 無厭忌로되 老親涕唾零에 反有憎嫌意니라
六尺軀來何處요 父精母血成汝體라 勸君敬待老來人하라 壯時爲爾簕骨蔽니라
새끼들 똥오줌은 하나도 더럽지 않으면서 늙은 부모 눈물이나 침은 어찌 그리 미워하고 싫어하는가. 자네 몸뚱아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한번 생각해보게.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에서 온 것 아닌가. 자네,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게. 젊으실 때 자네를 위해 살과 뼈가 다 닳았지 않았는가.


看君晨入市하여 買餠又買餻하니 少聞供父母하고 多說供兒曹라
親來啖兒先飽하니 子心이 不比親心好라 
勸君多出買餠錢하여 供養白頭光陰少하라

자네가 새벽시장에서 밀가루떡과 쌀떡을 사는 걸 보았네. 부모님께 드린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식들에게 준다는 말만 들었네. 부모님 드시기 전에 자식 먼저 배부르니 자식만 생각하지 부모님 생각 하나도 없네. 자네여, 떡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 공양하소.

市間賣樂肆에 惟有肥兒丸하고 來有壯親者하니 何故兩般看고
兒亦病親亦病에 醫兒不比醫親症이라 
割股라도 還是親的肉이니 勸君亟保雙親命하라
시장길목 약국에서는 자식 살찌울 약은 있어도 부모님 튼튼하게 할 약은 없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이도 병들고 부모 역시 병이 들었을때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은 부모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다리를 베더라도 그것은 도로 부모의 살이니, 자네에게 권한다. 빨리 부모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하라.


富貴엔 養親易로되 親常有來安하고 貧賤엔 養兒難하되 
兒不受饑寒이라 一條心兩路條爲路에 爲兒終不如爲父라
勸君養親을 如養兒하고 凡事를 莫推家不富하라

부귀하면 부모님 모시기는 쉽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다네. 가난하면 자식을 기르기가 어렵지만 자식을 굶기거나 떨게 하지는 않을 걸세. 마음은 한 갈래인데, 두 갈래 길이 나있네. 자식을 위하는 마음, 부모님에 비할 손가. 자네여. 부모님 봉양하길 아이 기르듯 하여 가난해서 못한다고 핑계대지 말게.

養親엔 只有二人이로되 常與兄弟爭하고 養兒엔 誰十人이나 
君皆獨自任이라 兒飽煖親常問하되 父母饑寒不在心이라
勸君養親을 須竭力하라 當初衣食이 被君侵이니라

부모님 봉양은 다만 두 분 뿐인데도 언제나 안모시겠다며 형제끼리 싸우지 않는가. 자식을 기를 때는 열 명이 되더라도 자네 홀로 그 자식들 모두 떠맡지 않던가. 자네 자식이 배부른지 따뜻한지는 늘 물어보지만, 부모님이 주리는지 추우신지는 마음에 없네. 자네여, 부모님 봉양함에 힘을 다하라. 자네를 기르시느라 옷과 밥을 빼앗겼잖은가.


親有十分慈하되 君不念其恩하고 兒有一分孝하되 君就揚其名이라
待親暗待兒明하니 誰識高堂養子心하고 勸君漫信兒曹孝하라
兒親子在君身이니라

부모님의 사랑은 한가득이건만 자네는 그 은혜 생각지 않네. 자식이 조금만 효도를 하여도 자네는 나아가 그 이름을 자랑하네. 부모님 대할 때는 어두우면서 자식을 대할 때는 밝으니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마음을 누가 알 것인가.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질없이 아이들의 효도를 믿지 마시게. 그대는 결국 아이들의 어버이도 되고 또한 부모의 자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지니.

우리말, 각단, 두동지다 2015-08-03

(각단 : 일의 갈피와 실마리)
(두동지다 : 말이나 일이 앞뒤가 엇갈려 서로 맞지 않다.)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에서 롯데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롯데가 큰 회사라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은 알지만, 집안싸움을 거의 생방송으로 뉴스에 도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좋은 이야기도 자주 들으면 거슬린다는데, 하물며 진흙탕 집안싸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제는 롯데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뉴스를 들어도 각단을 지을 수 없고
(각단 : 일의 갈피와 실마리)
나오는 말마다 두동져서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동지다 : 말이나 일이 앞뒤가 엇갈려 서로 맞지 않다.)
도대체 이런 뉴스를 왜 보내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그런 두동진 데가 많은 뉴스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늘 아름답고 좋은 뉴스만을 보낼 수야 없겠지만,
할 수 있다면, 되도록이면, 이왕이면, 좋은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이 여름을 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두동지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으나,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뭔일이다냐? 벨 일이 다 있네. 뜬금없이 뭔일이여?"
"그냥 어머니 추우실까봐 문에 비닐 좀 댈라고요."
"난 갠찬한디, 암시랑토 안 한디 멀라고 먼 길을 왔다냐. 내가 살아서 괜히 니 고생 시키는갑다."
"뭔소리요. 어머니는 내 기둥인께 어머니가 건강하셔야 이 아들도 든든하니 회사일 잘하죠. 그러니 따뜻하게 계셔야죠."

"이거 한수꾸락 먹고 해라."
"이것만 해 놓고 먹을게요."
"시그믄 맛 업은게 따땃할 때 먹어라. 아침도 못 먹고 나왔을 텐디."

어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시골집에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데 요즘 날씨가 추워 외풍에 고생하실 것 같아 어제 가서 창가에 비닐을 좀 쳐드리고 왔습니다.
시골집이 오래돼서 외풍이 좀 있거든요.
집에서 새벽 네 시 반에 나서 다섯 시 반에 광명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로 가서, 목포에서 다시 버스 타고 해남으로...
해남에서 철물점 들러 쫄대와 못을 사고, 농자재상에 들러 하우스용 비닐을 사서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가니 10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유리와 섀시로 된 부엌문을 먼저 비닐로 덮고, 안방 뒷문도 뒤꼍으로 돌아가서 비닐로 잘 덮었습니다.
마루로 들어가는 문과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은 겨우내 쓰지 않도록 그냥 비닐을 덮고 못을 치면 되지만,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수시로 열어야 하기에 비닐을 친 채 열릴 수 있도록 문에다 비닐을 박아 뒀습니다.

그냥 저 혼자의 생각이자 바람이지만,
이번 겨울을 외풍이라도 없이 편히 잘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우리말 편지가 아닌 다른 이야기 좀 해 볼게요.

며칠 전에 잠자리에서 책을 뒤적이는데, 명심보감의 팔반가가 나오더군요.
부모 모시기와 지식 기르기 사이에서 가지는 여덟 가지 상반된 마음을 이야기한 겁니다.
사실,
자기 자식 똥오줌은 더럽다는 생각않고 잘도 치우지만, 부모님 눈물이나 침은 쉬이 손을 못 대지 않나 싶습니다.
자식을 기를 때는 둘이건 셋이건 다 떠맡아 기르지만, 부모는 단 두 분인데 안 모시겠다고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팔반가에 나오는 이야기가 어찌 그리 옳고 바른 소리만 있던지요.

심심한데 계산이나 한번 해 볼까요?
저희 어머니 연세가 올해 일흔여섯입니다. 아마 앞으로 10년 정도 더 사시겠죠.
저는 일 년에 여섯 번 정도 집에 갑니다. 거기에 가끔 어머니가 수원으로 오시니, 일 년에 예닐곱 번 정도 어머니를 뵙니다.
이렇게 죽 간다고 해도 어머니 돌아가시기까지 남은 10년에 고작 80번밖에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그 뒤에는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도 없고,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도 없습니다.
살점 하나 없이 힘없이 밀리는 손이지만, 그런 손도 잡을 수 없고,
언제나 자식 걱정에 애처롭게 바라보시는 그 따스한 눈길도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80번만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뒤에는 그저 제사상에 음식 차리고, 가끔 노래방에서 사모곡이나 칠갑산을 부르면서 짠한 눈물을 흘리는 게 다겠죠.
그거 말고는 살아 있는 자식이 부모님께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이런 생각이 드니 어머니가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바로 해남으로 달려간 겁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포근했습니다.

저는 어머니 얼굴을 보면 그 '약발'이 한 달은 갑니다.
이제 한 달 동안 저는 아프지도 않을 겁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저는 춥지도 않을 겁니다.
어머니가 불어 넣어주신 기가 있으니까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며칠 전 제가 읽었던 책은 최영록 님이 쓰신 '나는 휴머니스트다'입니다.
그 책 132쪽부터 136쪽에 명심보감 팔반가가 나옵니다.
아래에 옮깁니다.

幼兒或罵我하면 我心覺歡喜하고 父母嗔怒我하면 我心反不甘하니
一喜歡하고 一不甘하니 待兒待父心何懸고
勸君今日逢親怒어든 也應將親作兒看라
어린 자식 어쩌다 나에게 대들면 내 마음에 기쁨이 느껴지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화를 내시면 내 마음 되레 언짢아지네. 한 쪽은 기쁘고 한 쪽은 언짢으니 자식과 부모님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 다를까.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모님이 화를 내시면 부모님을 자식으로 바꾸어 보게.

兒曹는 出千言하되 君聽常不厭하고 父母는 一開口하면 便道多閑管이라
非閑管親掛牽이라 皓首白頭에 多諳諫이라
勸君敬奉老人言하고 莫敎乳口爭長短하라
자식들이 천 마디나 말을 하여도 자네는 늘 듣기 좋아하지만 부모님이 어쩌다가 한 마디 하시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쏘아붙이네. 참견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 그러시는 걸 모르는가. 흰머리 되도록 아는 것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아무리 무식한 부모라도 자식에게 해줄 말과 교훈은 산과 바다를 훌쩍 넘는다네. 자네여. 어른 말씀 공경하여 받들게. 그 젖내 나는 입으로 어찌 길고 ㅤㅉㅏㄻ음을 다툰단 말인가.

乳兒尿糞穢는 君心에 無厭忌로되 老親涕唾零에 反有憎嫌意니라
六尺軀來何處요 父精母血成汝體라 勸君敬待老來人하라 壯時爲爾簕骨蔽니라
새끼들 똥오줌은 하나도 더럽지 않으면서 늙은 부모 눈물이나 침은 어찌 그리 미워하고 싫어하는가. 자네 몸뚱아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한번 생각해보게.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에서 온 것 아닌가. 자네,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게. 젊으실 때 자네를 위해 살과 뼈가 다 닳았지 않았는가.

看君晨入市하여 買餠又買餻하니 少聞供父母하고 多說供兒曹라
親來啖兒先飽하니 子心이 不比親心好라
勸君多出買餠錢하여 供養白頭光陰少하라
자네가 새벽시장에서 밀가루떡과 쌀떡을 사는 걸 보았네. 부모님께 드린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식들에게 준다는 말만 들었네. 부모님 드시기 전에 자식 먼저 배부르니 자식만 생각하지 부모님 생각 하나도 없네. 자네여, 떡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 공양하소.

市間賣樂肆에 惟有肥兒丸하고 來有壯親者하니 何故兩般看고
兒亦病親亦病에 醫兒不比醫親症이라
割股라도 還是親的肉이니 勸君亟保雙親命하라
시장길목 약국에서는 자식 살찌울 약은 있어도 부모님 튼튼하게 할 약은 없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이도 병들고 부모 역시 병이 들었을때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은 부모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다리를 베더라도 그것은 도로 부모의 살이니, 자네에게 권한다. 빨리 부모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하라.

富貴엔 養親易로되 親常有來安하고 貧賤엔 養兒難하되
兒不受饑寒이라 一條心兩路條爲路에 爲兒終不如爲父라
勸君養親을 如養兒하고 凡事를 莫推家不富하라
부귀하면 부모님 모시기는 쉽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다네. 가난하면 자식을 기르기가 어렵지만 자식을 굶기거나 떨게 하지는 않을 걸세. 마음은 한 갈래인데, 두 갈래 길이 나있네. 자식을 위하는 마음, 부모님에 비할 손가. 자네여. 부모님 봉양하길 아이 기르듯 하여 가난해서 못한다고 핑계대지 말게.

養親엔 只有二人이로되 常與兄弟爭하고 養兒엔 誰十人이나
君皆獨自任이라 兒飽煖親常問하되 父母饑寒不在心이라
勸君養親을 須竭力하라 當初衣食이 被君侵이니라
부모님 봉양은 다만 두 분 뿐인데도 언제나 안모시겠다며 형제끼리 싸우지 않는가. 자식을 기를 때는 열 명이 되더라도 자네 홀로 그 자식들 모두 떠맡지 않던가. 자네 자식이 배부른지 따뜻한지는 늘 물어보지만, 부모님이 주리는지 추우신지는 마음에 없네. 자네여, 부모님 봉양함에 힘을 다하라. 자네를 기르시느라 옷과 밥을 빼앗겼잖은가.

親有十分慈하되 君不念其恩하고 兒有一分孝하되 君就揚其名이라
待親暗待兒明하니 誰識高堂養子心하고 勸君漫信兒曹孝하라
兒親子在君身이니라
부모님의 사랑은 한가득이건만 자네는 그 은혜 생각지 않네. 자식이 조금만 효도를 하여도 자네는 나아가 그 이름을 자랑하네. 부모님 대할 때는 어두우면서 자식을 대할 때는 밝으니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마음을 누가 알 것인가. 자네에게 권하노니 부질없이 아이들의 효도를 믿지 마시게. 그대는 결국 아이들의 어버이도 되고 또한 부모의 자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