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30, 2014

우리말, 도 긴 개 긴 2014-12-01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2. 1.(월요일)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오랜만에 개그콘서트를 봤습니다.
‘도찐개찐’이라는 소제목을 단 개그가 있더군요.
그건 틀린 말입니다.

흔히, 비슷비슷한 것, 또는 거기서 거기인 것,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별 차이 없는 것을 말할 때,
도찐개찐이나 도길개길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는 '도 긴 개 긴'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낱말입니다.
긴이 닿다, 모와 윷을 놓으니 걸 긴이 되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개그를 개그로 봐야지 거기에 맞춤법을 들이대면 안 된다는 분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개그도 이왕이면 바른 글과 말로 웃길 수 있으면 더 좋다고 봅니다.
개그니까 맞춤법이 틀려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바른말과 옳은 글로 얼마든지 웃길 수 있고,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네요.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쳐 못썼습니다.'라고 썼는데 '미처'가 맞습니다.
'못하다', '않다', '없다', '모르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의 뜻인 어찌씨(부사)는
'미쳐'가 아니라 '미처'입니다.
제 생각이 '미처' 거기에 못 미친 걸 보니 제가 '미쳤'나 봅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저희 집 애들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제 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그래 봐야 35개월입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제법 말을 잘합니다. 두 살 위 누나와 말다툼도 잘합니다. ^^*

오늘 아침에 누나가 방귀를 뀌니
"에이~~~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방송에서도 흔히 방구라고 하는데 저희 집 애들은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또, 끼다고도 안 하고 뀌다고 합니다.
'방구 끼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도 '방귀 뀌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도 애써 정확하게 소리냅니다. 기특하게도...^^*

방구가 아니라 방귀가 맞다는 것은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네요.
오늘은 뀌다와 끼다를 갈라볼게요.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꾸다'는
'꿈'과 관련된 이름씨와 함께 쓰여 "꿈을 보다."는 뜻입니다. 꿈을 꾸는 거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방귀를 뀌고 나면 먼저 사과할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하루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주위에 언제나 공기가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말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듬으며 가꿔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이고,
가족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우리말이 없어지고 나서, 외국어 외래어에 다 더럽혀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까요?

저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좋듯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Nov 25, 2014

우리말, 엉터리 자막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8.(금요일)
.
안녕하세요.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일터에 나오자마자 이승돈 박사와 후반기 과제관리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처 못썼습니다.
편지 짧게 쓰고 오늘 일 들어가야겠네요. ^^*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 씻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더군요.
MBC, 11:47
"술의 힘을 빌어"라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맞습니다.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술의 힘을 빌려'가 맞습니다.

MBC에서 자막이 엉터리라서 바로 KBS로 돌렸습니다.
거기서도 사람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더군요.

KBS, 11:57
'...하길 바랬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바랜 편지, 색이 바래다, 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하길 바랐다'가 맞습니다.

제 눈을 더는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11:58분에 텔레비전을 끄고
왼팔에는 딸내미를 눕히고, 오른팔에는 아들 녀석을 눕힌 채 잠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뭉그적거리다와 밍기적거리다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7.(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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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뭉그적거리다와 밍기적거리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주말에는 되도록 맘 편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늦잠도 자고 애들과 발 닿는 대로 놀러도 다니고... 누나 집에가서 흙도 좀 만지고...
그게 사는 재미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은 언제나 기쁩니다.

제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뭉그적거리죠. 그러다 애들 시선이 따가우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조금 큰 동작으로 자꾸 게으르게 행동하거나 느리게 비비대는 것을 뭐라고 하시나요?
뭉그적거리다? 뭉기적거리다? 밍기적거리다?

'뭉그적거리다'가 맞습니다.
뭉그적뭉그적처럼 모양을 흉내 낸 말로 쓰이기도 하죠.

비슷한 말로
나아가는 시늉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머뭇거리거나 몸이나 몸 일부를 자꾸 비비대다는 것을
'뭉긋거리다'고 합니다.
마찬가지 모양을 흉내 내 '뭉긋뭉긋'이라고도 씁니다.
'몽긋거리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면서 지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머지 않다와 멀지않다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6.(수요일)
.
안녕하세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머지 않다와 멀지않다]

안녕하세요.

하는 일 없이 시간은 잘도 가네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내일은 좀 늦게 일터에 나오면서 자전거로 와 볼 생각입니다.
집과 일터가 그리 멀지 않거든요.
요즘 기름 값이 하도 올라서... 누구는 그러데요. 이건 오른 게 아니라 튀는 거라고...

오늘은 '멀지 않다'와 '머지않다'를 갈라볼게요.
아래처럼 쓰시면 됩니다.
저희 집과 제 일터는 '멀지 않기'에 자전거로 나오기 좋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과 겨울이 올 테니 덥더라도 조금만 참읍시다.

감 잡으셨나요?

'머지않다'는 시간상으로 멀지 않다는 뜻입니다.
머지않아 소식이 올 것이다, 머지않아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처럼 씁니다.
'멀지 않다'는 공간상으로 멀지 않다는 뜻입니다.
저희 집과 제 일터는 멀지 않습니다처럼 씁니다.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아무리 덥고 짜증 나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많이 웃고 즐기시는 하루를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우리말, 성대모사/성대묘사/목소리 흉내 2014-11-2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4. 11. 25.(화요일)
.
안녕하세요.

요즘 제가 좀 바빴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제때 못 보냈더니, 불규칙하게 오는 편지는 받기 싫다면서 몇 분이 수신거부를 하셨네요.
될 수 있으면 아침에, 그것도 일정한 시간에 편지를 보내고자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네요.
그래서 떠나신다면 어쩔 수 없죠. ^^*

오늘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 제가 게으른 탓이죠.

오늘부터 글피까지는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내일은 수원 한국농수산대학에 가서 특강을 하고,
모레는 일산 킨텍스에서 높으신 분들께 제 일터에서 만든 기계를 설명하며,
글피도 일산에서 열리는 한국정밀농업학회에 갑니다. 제가 부회장이라서 행사 사회도 봐야 합니다.

아마 내일부터 글피까지는 컴퓨터를 만지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성대모사/성대묘사/목소리 흉내]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랫말이 나오는 화면에 '스포츠 하일라이트'라는 게 보이더군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낱말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낱말이 되었을 때는 각각의 낱말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그래서 sunglass '선그라스'가 아닌 '선글라스'가 맞고,
highlight도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맞습니다.

오늘은 '성대모사'를 좀 알아볼게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단, 성대모사(聲帶模寫)는 국어사전에 오른 표준어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을 뜻합니다.
표준말이니 떳떳하게 쓸 수 있는 낱말입니다.

여기에 딴죽을 좀 쳐보죠.

모사(模寫)는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을 뜻합니다.
또, 원본을 베끼어 씀,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뜻이 그리거나 쓰는 것과 관련되지 소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차라리 묘사(描寫)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묘사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이라는 뜻으로 '언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러나 '성대모사'는 표준어이지만, '성대묘사'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성대모사를 '말소리 흉내'나 '목소리 흉내'라고 하면 촌스러운가요?

문화재(文化財)를 아시죠?
"문화 활동으로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을 뜻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입니다.
그런데도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씁니다.
중요 무형 문화재 보유자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문화재는 사물인데 인간문화재로 써서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또한 '기릴 사람'으로 하면 이상한가요?

'기리다'가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추어서 말하는 거잖아요.
선열의 뜻을 기리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다처럼 쓰니
'기릴 사람'이라고 하면 인간문화재의 뜻을 담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 부려 써야 빛이 난다고 봅니다.
모든 것에서 한자를 버리고 순 우리말을 쓰자 거나,
일본어투 말을 한꺼번에 몽땅 버리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말로, 깨끗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쓰자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